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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ㆍ재개발 대여금이 뭐길래

조인스랜드

입력

구청이 재개발 재건축 과정을 관리하는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서 정비업체 및 시공사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제공한 ‘대여금’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에게 사업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빌려주면서 시공사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가 투명하게 바뀌면서 오랜 기간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 건설사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하면서 오는 10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뀌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은 ‘기본계획-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추진위원회설립-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착공분양’ 순으로 진행된다.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꾸면 종전 기준인 ‘조합설립 이후’ 선정된 시공사는 모두 새로 선정해야 한다. 주목되는 건 오랫동안 추진위나 조합에 대여금을 빌려주고 시공사 선정을 기대했던 건설사가 공공관리제 아래서 최종적으로 시공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대여금 분쟁 커질 수도

공공관리제도 하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경쟁 입찰을 기준으로 세부 점수기준까지 명확해 기존에 작업을 해오던 건설사의 기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아무리 오랫동안 시공권을 따기 위해 노력했어도 최종 선정 과정에서 도급금액을 싸게 제시한 곳이 선정될 가능성이 큰 구조”라면서 “만약 최종 시공권을 따지 못하면 오랜 시간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무이자로 대여금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여금은 물론 모두 손실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대여금은 사업초기 정비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가는 것부터 가계약이 된 이후 직접적으로 빌려주는 것까지 합하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견건설사인 B건설사 관계자는 “대여금 규모는 사업장별로 다르지만 500가구 정도 기준이라면 수십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진위나 조합으로부터 공식적인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나갔던 대여금은 나중에 새로 선정된 시공사에 책임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비업체나 시공사가 대여한 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소송이나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대여금 부족 조합, 사업 추진 늦어질 가능성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이미 조합에 운영자금 지급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건설 관계자는 “당장 시공권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에 무작정 대여금을 지금하지 않기로 했다”며 “많은 사업장에서 대여금을 줄이거나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설계업체 선정 등 각종 작업을 추진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지금까지는 시공사로부터 무이자로 대여금을 받아 처리했으나 이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흑석뉴타운의 한 조합 관계자는 “공공관리자가 저가 대출을 주선한다고 하지만 규모도 충분하지 않고 담보를 요구하는 등 어려울 것”이라며 “대여금이 사라지면 사업추진이 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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