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룰라 “오바마 틀렸다” 호세프 “위장된 보호주의 부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사인했다. 독일도, 중국도 사인했다.”

 브라질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이 서울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뮈니케)에 대해서 한 말이다. 그는 12일 서울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국가들이 모두 사인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정상들은 좋은 사람들(Good guys)이다. 명성을 해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했다. 이번에 재확인된 ‘경쟁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자제할 것’이라는 문구가 단순히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정책 지침이 될 것이란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G20은 신흥국이 심각한 통화가치 고평가에 직면할 경우 제한적으로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인정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이런 합의가 나오게 된 데에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 브라질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남미 대륙의 절반 가까운(47%) 면적을 차지한 대국이지만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전후해 브라질의 목소리가 울림을 얻는 모양새다. 브라질은 특히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놓고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틀렸다”(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사진)는 말도 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푼 달러가 자원부국인 브라질로 흘러들고, 이것이 헤알화의 가치를 끌어올려 수출이 불리해지는 게 불만이다. 실제 올 들어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1.38% 올랐다. 브라질은 그 원인을 미국의 양적 완화를 비롯한 달러의 통화가치 하락 움직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환율 문제를 서울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벼르고 있었다. 룰라 대통령은 내년 1월 취임하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왔다. 호세프 당선자는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는 세계 각국의 ‘위장된 보호주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적절한 성과도 얻었다. “달러를 헬기에 실어 쏟아붓는 정책이 미국 경제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던 만테가 재무장관은 “모두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기자회견을 끝냈다.

 브라질이 달라진건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2조1930억 달러로 내다봤다. 현재 세계 8위에서 7위로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