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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지구에 웬 종중 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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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신도시 옆 풍동택지지구에서 길 하나 건너면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고양 식사지구(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부지 면적만 98만8000㎡에 달하는 식사지구 위시티에는 펜트하우스와 3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등 70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곳 위시티 자이 아파트 4블록과 5블록 사이 숲속 한복판에는 근린공원이 조성된다. 그런데 이 공원 모퉁이에 한 종중 묘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강현석 고양시장의 진주강씨 대사간파 분묘다.

식사지구 안에 있던 120여기 묘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장됐지만 유독 이 묘지 만은 봉분을 크게 단장하고 비석과 각종 석물을 유지한 채 골 깊은 배수로와 10여 그루의 소나무로 둘러 쌓여 있다. 비문에는 ‘조선시대 중기 참판 벼슬을 지냈다’는 설명 등도 새겨져 있다.

개발지 내 종중 묘 보전 두고 뒷말 무성

아파트 개발이 한창인 식사지구에서 강 시장의 종중 묘가 다른 곳으로 이장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입주자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진주 강씨인 강 시장과의 연관을 내세우며 특혜설이 나돌고 있다. 진주강씨 종친회에서 묘지가 보존될 수 있도록 강 시장에게 부탁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진주 강씨 종친회가 아파트 건설 현장 내 소유하고 있던 2만2000여㎡ 중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1300여㎡에 대해서는 도시개발조합과 협의해 그대로 존치하기로 한 것”이라며 “강 시장에게서 어떤 부탁도 받은 것이 없었다”고 압력설을 일축했다.

고양시 관계자도 “진주 강씨 종중 묘 존치는 진주 강씨와 도시개발조합의 합의로 결정된 것”이라며 “시 관련부서에서 조합과 강씨 종친회간에 맺은 약정서 등을 갖고 있다”고 항변했다. 시에서 묘지 존치를 위해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도 아닌데 존치 가치 있나"

하지만 업계에서는 문화재도 아닌 묘가 아파트 개발 현장에서 이장되지 않고 그대로 존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위시티자이 입주예정자 동호회 모임인 한 카페 회원은 “지난해 종친회에서 이 묘지에 대해 향토문화재 신청을 했으나 석물이나 비문이 모두 현대식으로 바뀌어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문화재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데도 존치한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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