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월 물가 4.4% 급등 … 긴축 고삐 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중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이 당국의 통제 목표선(3%)을 훌쩍 뛰어넘어 4.4%로 높아졌다. 물가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전날 0.5%포인트 올렸다. 5월 이후 6개월 만이며 올 들어 네 번째다. 은행지준율을 높이면 은행 대출이 덜 풀리는 효과가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지난달 20일 금리인상 이후 조만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로써 금융위기 이후 취해온 느슨한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에 시동을 건 미국과는 거꾸로 가는 ‘디커플링’ 현상인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상승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8년 9월의 4.6%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국 물가상승률은 앞서 5월에 당국의 통제 목표선을 올 들어 처음 넘어 3.1%를 기록했다. 이어 7월 3.3%, 8월 3.5%, 9월 3.6%로 줄곧 치솟아 왔다. 통계국은 “식품가격이 10.1% 폭등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10월 전국 70개 대도시의 집값도 1년 전보다 8.6%나 올랐다.

 성라이윈(盛來運) 통계국 대변인은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거시정책을 조절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물가관리 목표치(3% 이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의 새로운 유동성 확대 정책이 중국의 인플레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물가불안의 책임을 미국의 양적 완화에 돌리기도 했다.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張平) 주임(장관급)은 9일 전국 석탄업무회의에서 “올해 물가가 3%보다 조금 더 상승할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초 3%의 물가 관리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지만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시중의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석유·철광석·식량·면화·식용유 가격이 크게 오르는 돌발상황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가 급등에 따라 앞으로 성장보다는 통화팽창 차단을 통한 물가안정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중국 언론과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인민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인상한 지 불과 20일 만인 10일 지급준비율을 인상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궈톈융(郭田勇) 주임은 “은행권의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인플레를 방지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올렸다”며 “연내 최소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젠팡(諸建芳) 중신(中信)증권 수석 경제분석가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으로는 자산 가격의 거품을 방지할 수 없다”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연속 여섯 번 인상했던 2007년처럼 본격적인 금리인상 주기가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찮다. 중국거시경제학회 왕젠(王建) 부회장은 “2013년께 성장률이 5~6%대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안정적인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지 섣불리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유광렬 재경관은 “중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미국의 양적 완화로 풀리는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이 인플레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동성 억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위안화 가치는 11일 미 달러당 6.6242를 기록해 전날(6.6450)보다 강세를 보였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