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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한 메르켈 … “미국도, 중국도 모두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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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G20 정상회의가 공식 개막한 11일 각국 정상들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G20 준비위 제공]

앙겔라 메르켈(얼굴) 독일 총리는 11일 미국과 중국을 한꺼번에 공격했다. 독일, 나아가 유럽연합(EU)의 수출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미·중의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회담에서 경상수지 목표치 설정에 반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출대국인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은 중국·독일 등 무역 흑자국들의 반발을 샀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도 “경상수지의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정당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양적 완화(통화량 확대) 조치도 비판했다. 이 조치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독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3일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 달러(약 660조원)어치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시중에 풀었다. 그 결과 달러화 공급이 늘며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중앙일보 등 한국의 5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인터뷰할 때도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를 공격하며 G20 서울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금은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라고 했다. 경기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투입된 자금의 회수 문제를 의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의 환율 정책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그는 “현재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주요국 통화를 변동환율제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며 “환율은 각국의 경제적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엄청난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써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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