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 못해 … 최대 쟁점은 쇠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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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의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우리 정부가 ‘논외’로 삼는 쇠고기 문제가 거론되면서 양측의 협의는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 11월 9일자 1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양국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0일 사흘째 통상장관회담을 열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종 합의에 실패했는데도 양국 통상장관은 다음 일정을 잡지 못했다. 따라서 11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미 구체적인 쟁점 중 상당 부분에서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 특히 미국이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지적해온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기준에 대해선 한국이 예외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기준을 완화하고 관세 환급 규모를 한·유럽연합(EU) FTA 수준(5%)과 비슷하게 맞추는 문제도 거의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그런데도 양국이 최종 서명을 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면 아래 있었던 몇 가지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의제로 테이블에 오른 적도 없다”던 쇠고기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축 당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는 월령 제한을 풀라는 게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쇠고기 주산지 중 하나인 몬태나주의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의회의 압박도 심하다.

 미국 역시 FTA를 발효시키려면 의회 비준이 필요한 만큼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통상교섭본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 협상에서는 미국 측이 끊임없이 쇠고기 관련 논의를 하자고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보따리로 싸서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쟁점이 합의에 이뤄갈수록 남은 쇠고기 문제에 대한 거론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워낙 완강해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자꾸 거론하면 FTA를 당장 안 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은 농수산물 관련 관세 철폐 유예 기간을 조정하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FTA를 타결하라는 미국 내 여론도 강하다. 워싱턴 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한·미 FTA는 아시아 주요 경제권에 미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정치 일정상 이번이 아니면 FTA 문제를 재론하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 타결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양국 통상장관들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협상테이블에 앉아 결국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상회담은 이를 발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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