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서도 힘 넘쳐 … 80㎞ 넘자 가솔린 동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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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GM이 이달 말 미국에서 시판하는 전기차 시보레 볼트. 배터리 동력으로 최대 80㎞까지 달린 뒤 가솔린 엔진을 발전기로 이용해 500㎞를 더 달릴 수 있다. [GM대우 제공]

#질문1. 시보레 볼트에는 가솔린 엔진이 달렸다. 진짜 전기차 맞나?

 답: 주행거리 80㎞까지는 배터리 동력을 사용하는 전기차가 맞다. 미국인의 하루 평균 통근거리가 60㎞인 것을 감안하면 통근용에는 배터리 동력으로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 동력은 가정에서 220V 전원에 연결해 4시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주말 장거리 여행에는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모터에 구동력을 전달해 주행한다. 엔진이 변속기를 통해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하이브리드차와는 다르다.

#질문2. 전기차라면 배터리 용량이 중요하다. 히터나 에어컨을 작동해도 문제가 없나?

 답: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에는 휴대전화를 통해 히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원리는 헤어 드라이어와 비슷하다. 가솔린차는 엔진을 공회전시켜야 히팅이 가능하지만 배출가스가 나온다. 볼트는 전기차라 무공해다. 에어컨도 히터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작동시킬 수 있다. 보다 쾌적한 차다. 단 배터리 소모가 진행돼 주행거리가 10∼30% 줄어든다.

GM은 이달 말 미국에서 자사의 첫 양산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시판한다. 이 차는 최대 80㎞까지 배터리 동력을 이용해 모터구동으로 달린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1.4L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전기모터로 주행한다. 엔진을 이용한 주행거리는 500㎞ 정도다. 볼트는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진짜 전기차’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미국 정부는 전기차로 규정,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덕분에 가격이 3만5000달러(약 4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지난 9월 예약을 받아 1만 대 정도 계약됐다. 내년 예상 판매대수는 1만5000대다.

 볼트의 차체는 GM대우가 글로벌 준중형차로 개발한 라세티 프리미어를 사용했다. 통상 에너지 소모의 20%를 좌우하는 외장 디자인은 공기역학(에어로 다이내믹)을 최대한 활용했다. 해치백 스타일의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면서 어른 네 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게 했다.

 뒷좌석 시트 아래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LG화학에서 공급한다. 볼트 양산차를 지난달 중국 상하이 근교에서 타봤다. 중국에서는 내년에 판매된다. 한국에는 시험용 차로 내년 상반기 10여 대가 들어온다.

 ◆동력성능 만점=시동은 버튼시동 방식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달릴 준비가 됐다는 전기 신호가 들어온다. 배터리 충전이 된 상태라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변속기 레버를 ‘D’에 놓고 액셀을 밟았다. ‘윙’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살짝 들려오면서 가속을 시작한다. 예상대로 전기모터의 탁월한 토크(구동력)가 느껴진다. 순식간에 속도계는 60㎞를 넘어선다. 100㎞까지 가속하는 데 힘은 넉넉하다. 브레이크가 밀리거나 하는 우려도 말끔히 해결됐다.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재충전시스템이 가동해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한다. 최고 시속은 160㎞로 닛산 전기차 리프와 비슷하다.

 일반 가솔린차에 비해 정숙하다는 장점과 브레이크 감각이 조금 다르다는 것 외에 핸들링이나 승차감에서 큰 차이가 없다. 경사도가 높은 언덕길에서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전기차의 또 다른 장점도 여럿 있다. 우선 휴대전화와 볼트에 장착된 신호장치를 연결하면 차량 운행거리 등 각종 정보를 휴대전화로 볼 수 있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동을 걸고 히터도 작동할 수 있다. 계기판도 컴퓨터처럼 느껴진다. 실내 디자인은 미래 감각을 물씬 풍긴다.

 2시간 정도 이후 배터리가 방전된 후 다시 시승에 나섰다. 이번에는 가솔린 엔진이 주 동력원이다. 엔진이 발전기를 돌리고 여기서 생성되는 전력이 모터에 전달된다. 변속기 없이 곧바로 모터로만 구동한다는 점에서 전기차의 원리와 마찬가지다. 가솔린 연비는 L당 13∼15㎞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기존 제품보다 50% 정도 전력소모를 줄였다. 굿이어 타이어도 회전저항을 최소화한 전기차 전용이다. 적재공간은 라세티 프리미어보다 작다. 배터리 이외에 트렁크 하단에 35L 연료통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중량도 일반 준중형차보다 100㎏ 이상 무겁다.

상하이 근교에서 진행된 볼트 시승회에서 기자가 볼트의 보닛을 열고 충전 및 전기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GM대우 제공]

 ◆전기차 논란=지난해 9월 GM은 볼트의 L당 연비가 90㎞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연비 계산방식은 배터리만으로 구동하는 80㎞에 가솔린 1L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13∼15㎞)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 연비는 미국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럴 경우 볼트는 전기차가 아닌 가솔린차가 되기 때문이다.

 GM은 단거리 중심의 일상적인 주행은 배터리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볼트는 기본적으로 전기차라고 주장한다. GM 디트로이트 연구소의 존 페리스 볼트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 달 동안 하루 50㎞를 출퇴근할 때 사용했는데 퇴근 후 충전만 하면 엔진 시동 없이 100% 전기차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가솔린 동력을 이용해 연장주행이 가능한 새로운 컨셉트의 전기차”라고 덧붙였다.

상하이=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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