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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 게임] 군인 아저씨들 금 따면 바로 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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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우, 양희종(왼쪽부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누구보다도 독하게 금메달 각오를 다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군인 신분의 대표 선수들이다.

 올 7월 개정된 병역법에 따르면 현역병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경우 보충역으로 편입돼 곧바로 전역한다. 물론 경기에도 나갈 수 있다. 연봉이 높은 프로선수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혜택이다.

 남자농구 대표팀에는 ‘즉시 전역 혜택’을 목표로 하는 함지훈(26·모비스)과 양희종(26·인삼공사)이 있다. 최근 프로농구는 ‘함지훈 특별규정’까지 만들었다. 모비스가 함지훈을 2010~2011 시즌 엔트리에 올려두지 않아서 금메달 획득으로 전역해도 규정상 이번 시즌에 뛸 수 없다. 그러나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는 “금메달이 나온다면 한국 농구의 경사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엔트리 등록과 상관없이 뛰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함지훈은 입대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남자농구 대표팀의 이훈재 코치는 국군체육부대 농구팀 감독을 맡고 있다. 금메달을 따면 소속팀의 에이스들을 곧바로 내보내야 하는 처지다. 그는 “소속팀도 중요하지만 누가 뭐래도 금메달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남자농구는 과거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때 주역이었던 군인 선수들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당시 현주엽·신기성·조상현이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농구 관계자가 병무청에 이들의 전역을 문의했다가 “금메달도 장한 일이지만 간첩을 잡은 건 아니지 않나. 전역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전역을 10개월 남겨두고 있는 남자축구 대표팀의 김정우(28·상병)는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이 병역 면제를 꿈꾸고 있는 반면 김정우는 조기 전역을 노리고 있어 이채롭다.

 남자바둑 대표 조한승(28)은 눈물겨운 노력 끝에 조기 전역 혜택을 꿈꾸게 됐다. 그는 올 7월 자신의 휴가를 써가면서 국가대표 예선에 참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한승은 지난해 12월 군에 입대했고, 현재 이기자부대 일반수색대대 소속이다. 그는 부대의 배려로 9월 20일부터 특별휴가를 받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바둑계에서는 “군입대 공백을 깨고 국가대표가 된 건 기적”이라고 했다.

 남자바둑 단체전(5판3선승제)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조한승은 “이창호·최철한·이세돌 등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어 자신 있다”면서 “하늘이 주신 기회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본업에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의 대표팀 훈련장에는 ‘금메달 못 따면 부대로, 금메달 따서 바다로’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조한승이 금메달 따서 바다로 놀러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한편 남자 배드민턴의 박성환(26)은 “금메달을 따도 미리 전역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특이한 경우다. 그는 12월 9일 제대 예정이라 금메달 획득 여부에 상관없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복귀한 후 열흘여 만에 전역하게 된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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