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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진요’ 카페 활동하던 의사 “인터넷 글에 선동돼 …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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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터넷 여론몰이에 선동된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에서 활동하던 윤모(46)씨. 의사인 윤씨는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 카페에 가수 타블로(30·본명 이선웅)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윤씨는 경찰에서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는데 뭔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3년 만에 학·석사를 모두 마치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타블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된 네티즌 22명 중 경찰이 신원을 확인해 입건한 네티즌은 윤씨 등 모두 14명.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일 이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해외에 거주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김모(57)씨 등 4명을 지명수배하고 인터폴에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입건된 네티즌 중에는 의사가 2명이나 있었다. 회사원 4명, 대학생 2명, 자영업자 2명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의혹이 구체적으로 다듬어졌고 어느 순간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됐다”며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의사나 대학생 등이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타블로가 성적표와 졸업증명서까지 공개했지만 믿지 않았다. 오히려 증거 서류가 위조됐다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네티즌의 절반 정도는 무직자였다. 이들 중 일부는 “내 삶은 잘 안 풀리는데 타블로는 좋은 학교를 나와 영화배우 아내까지 얻는 등 너무 잘나가는 것 같아 질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의혹을 제기해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더욱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경찰에 입건되거나 수배된 18명 중 인터넷 카페 운영진은 4명뿐이었다. 그나마 4명 중 3명은 현재 외국에 있어 경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운영진은 관련 글을 썼더라도 비방하는 내용이 없는 등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었다”는 게 경찰 얘기다. 결국 카페 운영진은 대부분 경찰 수사를 피해갔다. 카페의 게시 글에 선동돼 이보다 더 부풀려지거나 비방성이 강한 글을 아무 생각 없이 올린 네티즌들만 입건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게 사실이라고 증명하자 ‘인터넷 게시물에 현혹됐던 것 같다’며 잘못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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