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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숨진 조명록 자리 차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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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 여섯째)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왼쪽 넷째)이 8일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오극렬·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은, 이영호 총참모장, 김정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김기남 당비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9월 말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에 오르며 첫 공개 등장한 후계자 김정은의 발 빠른 후계수업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대 방문과 훈련참관 같은 군부 행사 위주에서 벗어나 이달 들어 희천발전소 건설현장 시찰(3일 조선중앙통신)과 예술인 가정방문(7일 중앙TV) 등으로 보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김정은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의 향후 행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추가적으로 어떤 권력 핵심 직위를 거머쥐느냐 하는 것이다. 조명록(사진)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지난 6일 사망함에 따라 권력 내부의 자리이동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9일 “이영호 총참모장이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중국군 6·25 참전 60주년 행사 때 국방위 대표단을 이끄는 등 조명록의 자리를 대신했다”며 “국방위 제1부위원장 자리를 이영호가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김정은에게 주는 파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에게 국방위를 서둘러 장악하도록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란 얘기다.

 조명록이 차지했던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도 관심이다. 상무위원장인 김정일은 당 대표자회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영림 총리, 조명록·이영호를 상무위원에 임명했다. 당·내각 2명, 군부 2명으로 균형을 맞췄다. 김정은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릴 경우 후계구축은 크게 탄력을 받게 된다.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상징성이 큰 상무위원 자리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북 매체, 김정은 우상화 글 첫 게재=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5일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오익제 조평통 부위원장이 ‘민족의 창창한 앞날을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A4 2장짜리 글을 실었다. 오 부위원장은 글에서 “최근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10·10) 당시 주석단에 서 있던 ‘청년대장 동지’를 처음 볼 수 있었다면서 “김정은 청년대장을 우러러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만장은 삽시에 감동과 충격, 기쁨과 격정으로 끓어 번졌다”고 주장했다. 북한 선전 매체가 김정은을 우상화한 글을 실은 건 처음이다. 1997년 8월 월북한 오익제 부위원장의 기고문이 게재된 건 ‘3대 세습’에 부정적인 남한 여론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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