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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G20은 세계 경제의 상임이사회, 양보와 타협 정신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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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대표 언론사와 특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민병관 중앙일보 편집국장, 마크 맥도널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특파원,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 지신룽 신화통신 서울지국장, 블라디미르 쿠다코프 이타르타스통신 서울지국장,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망주천 인민일보 서울지국장, 야마구치 마사노리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하워드 슈나이더 워싱턴 포스트 국제경제특파원, 통역 김일범 행정관.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들과 관련, “(각국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6일 중앙일보 등 5개국 8개 언론사 특별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과 정책적 배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주요 의제들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율전쟁’의 중재안으로 제시된 경상수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독일·브라질 등을 향한 일종의 호소다.

 청와대에서 55분 동안 진행된 특별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11~1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전망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일문일답.

환율문제

  -이번 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구체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가.

 “경상수지에 대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은 (지난번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미) 굉장히 성공적이다. 이해 당사자인 미국이나 중국, 또 유럽 국가들이 모두 다 동의했다. 우리가 정상회의에서 해야 할 일은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준(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원칙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다. 거기에 합의하게 되면 아주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의장국으로서 참가국들 간 이견을 중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쟁점 분야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생산적 토론을 통해 타협안에 이를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능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국은 환율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환율문제나 이런 것들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한국도 그런 문제는 독자적으로 (결정)한다기보다는 G20에서 합의된 내에서 할 생각이다. 그 외에 독자적으로, 인위적으로 한다든가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해외 자본의 유입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나.

 “자본이동도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자본 유·출입이 너무 급격하다든가 하는 것은 신흥국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과거 우리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경험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G20에서 이 문제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합의된 게 있다. (그래서) 합의사항의 틀 안에서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발의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지원을 의제로 제시한 이유는 뭔가.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이제 한계에 왔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발전하려면 개도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게 길이다.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을 원조하고 도와주는 것보다는, 그 결과가 결국 선진국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상호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함께 생각해야 한다.”

 -개발의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개도국의 역량 배양을 통한 경제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프라, 인적자원 개발, 무역역량 강화 등 행동계획을 채택해 앞으로 다년간에 걸쳐 이행해 나가도록 할 생각이다.”

G20 전망

  -G20의 위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전망하나.

 “지금 경제문제 외에도 세계의 중요한 이슈를 논의할 곳은 G20밖에 없다. G20이야말로 현실적 대안이다. 이번에도 환율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면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어느 정도 합의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G20은 완전히 ‘세계 경제의 상임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G20이 간과해선 안 될 것은 G20의 20개 국가가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가 수로 보면 비회원 국가가 170개나 된다. G20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추구하려면 비회원국과 ‘아웃리치’(접촉 확대)를 통해 의견을 많이 반영시켜야 한다.”

 -한국의 제안으로 처음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한곳에 모이는 자리다. 이 행사는 정부 주도의 위기 극복이나 지속가능 성장 논의에 기업인들이 참여하고 역할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FTA

  -다음 주 내에 한·미 FTA가 타결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한·미 FTA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그런 입장을 갖고 있다. 한·미 FTA가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미국이 세계에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추구한다는 그런 메시지를 주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한·미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것(FTA)은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일 FTA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협상이 중단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협상이 재개된다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품소재 분야에서 산업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FTA에 대해선 어떤 판단하고 있나.

 “3국 간 공동연구가 2012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FTA 협상 개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일·러와 관계

  -G20 내에서 중국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나.

 “이번 G20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무역역조, 환율 문제에 (대해) 경주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중국이 합의를 하고,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도 협조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G20이 상설기구로서, 또 ‘프리미어 포럼’으로서 자리 잡는 데 중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성숙한 한·일 관계는 아픈 과거사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일관되게 행동으로 추진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10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데, 무슨 논의를 하는가.

 “동부 시베리아의 개발 문제라든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러시아가 관심이 많은 동북아 안보·평화 등이다. 또 양국 간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물류·에너지·녹색농업의 ‘3대 신실크로드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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