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급행버스 휙휙 … “15대 보내고도 못 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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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7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 풍덕동 버스정류장. 매일 출근시간이 되면 서울 종로 방향으로 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80여 명씩 줄을 선다. [최승식 기자]

5일 오전 7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 풍덕천 현대성우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1시간 동안 9대의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한 대도 서지 않고 지나쳐 갔다. 39개 좌석이 차면 정차하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로 향하는 급행버스이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행 버스를 기다리던 이태영(22·여)씨는 “M버스를 타면 15~30분 빨리 갈 수 있어 좋지만 평일 아침 이곳에서 M버스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인 수지 지역난방공사 앞 정류장. 수지발 M버스가 서는 첫 정류장인 이곳에 80여 명이 줄 서 있었다. M버스를 타기 위해 마을버스 등을 타고 찾아오는 승객이 많은 탓이다. 종각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정기봉(45)씨는 “아내가 매일 아침 승용차로 10분 거리의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다”며 “늘 사람이 많아 2대 정도 지나가야 M버스에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급행버스는 최대 8개 정류장에만 정차하고, 좌석이 모두 차면 승객을 더 이상 태우지 않아 운행시간을 줄인 버스다. 노선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 직행좌석버스에 비해 15분가량 빨라 호응이 좋다. 버스요금은 1700원으로 일반 좌석버스와 같다. 지난해 8월 도입돼 현재 6개 노선(분당~숭례문, 수지~숭례문, 동탄~강남역, 남양주~동대문, 인천 송도~강남역, 일산~서울역)에 104대가 운행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2만4000여 명으로 운행 초기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M버스가 많은 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출근시간인 오전 6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은 첫 번째 정류장에서 좌석이 꽉 차 이후 정류장에는 정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동탄 주민이라고 밝힌 우선희씨는 국토해양부의 온라인 자유게시판에 “며칠 전 동탄에서 강남역으로 가기 위해 오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15대의 버스를 보냈지만 결국 타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M버스가 운행되면서 일반 좌석버스가 없어진 경우도 있다. 용인 수지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M버스(M4101)가 신설되면서 같은 노선을 운행하던 8200번이 없어졌다. M버스가 기존 좌석버스보다 좌석이 6개 적고, 좌석버스에 20여 명이 입석으로 탑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M버스로 대체되면 탑승 인원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버스회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M버스 중 4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KD운송그룹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런 문제가 없어 차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현재 10분인 배차 간격을 5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고칠진 대중교통과장은 “첫 번째 정류장이 아니라 두 번째 정류장부터 승객을 태우는 등 융통성 있게 급행 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순 광역급행버스 7개 노선을 추가한다. 고양 정발산~강남역, 고양 중산~여의도, 파주 운정~서울역, 수원 영통~서울역, 동탄~서울역, 안산 단원~여의도, 인천 논현~강남역 노선으로 140여 대가 운행한다.

글=홍혜현 객원기자 (KAIST 교수)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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