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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쓰나미? 중국 “미국이 환율 조작” 미국“국내 경제 살리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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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행장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환율 갈등이 서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다.

 새로운 불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다. 그사이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경주 회의에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공세에 시달렸던 중국·독일이 반격에 나서는 양상이다. 이들은 미국이 대규모로 찍어낸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데다 달러 값을 떨어뜨리는 일종의 환율 조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5일 현지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이 미국의 양적 완화가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의 대내정책이 자국에만 최선의 정책이고 세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면 각국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도 미국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무제한 돈을 푸는 게 타당성이 있는지 상당히 의문이다”면서 “연준의 결정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 금융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을 비난하면서 통화당국의 도움으로 달러화 가치를 낮춘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방어에 나섰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 대학에서 한 강연에서 “추가 양적 완화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미국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맞다”며 “우리의 통화를 (수출)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적 완화의 부작용, 즉 ‘달러 쓰나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부활, 은행 부과금 검토,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 등 3대 방안을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제도 부활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되, 탄력세율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은행부과금(bank levy)의 대상과 시기 등을 저울질하는 동시에 외국은행 국내 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내년 1월부터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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