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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경기도 여전히 부글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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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 활황세가 꺼질 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값에 버블(거품)이 커지고 있으며 이 버블이 갑자기 터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그러나 실수요를 동반한 이유 있는 상승이기 때문에 버블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미 상무부는 3월 신규 주택 판매(추정치)가 전달보다 12.2% 증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달 판매 추세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주택판매량은 143만 채(연율 환산)에 달하게 된다. 월가 전문가들의 연간 주택판매량 예상은 2월(127만 채)보다 줄어든 119만 채였는데, 이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전날 미국 부동산중개업협회는 3월 중 기존 주택 판매도 1% 늘어난 689만 채(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휘발유 값 상승과 불투명한 고용시장 전망으로 4월의 소비자신뢰지수(콘퍼런스 보드)가 97.7로 석 달 연속 하락했지만 주택시장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주택경기는 2001년부터 상승 국면에 들어가 지금까지 뉴욕.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지의 집값을 대략 40~90%씩 끌어올렸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도 통상적인 경기곡선을 그리는 미국에서 이 같은 지속적인 오름세는 유례가 드문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버블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는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그에 따라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경우 올 연말이나 내년 초께 주택경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대형 모기지 금융회사인 프레디 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2월의 평균 연 5.63%에서 3월엔 5.9%로 높아졌다. 모기지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면 주택경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마켓포인트는 그동안 활황세의 대표적 도시였던 샌디에이고의 경우 올 1분기 신규 주택 가격이 평균 약 8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3%나 오른 반면 판매는 30% 이상 줄어든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69.2%로 사상 최고에 달했던 미국의 내 집 보유율이 최근 69.1%로 조금 낮아진 것도 수요가 거의 해소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4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주택경기가 이젠 좀 가라앉을 때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시기에 대해서는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2년 이상까지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요에 따라 시장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버블이라고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새로운 수요가 몰린 미 중.서부 지역의 경우 올 1분기 신규 주택 판매가 전년보다 22%나 늘어났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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