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노동계 불법자금 지원 ‘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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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적발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일단 이를 토대로 일부 당직자와 노동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착수한 수사지만 향후 국회의원이나 중앙당, 혹은 정치권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수사 대상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집중돼 있어 이른바 진보성향 정치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농협중앙회와 농협노조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농협노조 간부 장모(44)씨가 국회의원 7명과 민노당·진보신당에 제공한 정치후원금을 노조원들의 급여에서 일괄적으로 공제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는 지난 8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의원 18명에게 2000만원씩 후원금을 걷어 주자는 공문을 보내는 등 후원금 납부를 독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노당 서울시당의 간부 서모(36)씨 등 2명은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기업체 노조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울영등포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진보신당의 간부 10명도 10개 기업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부터 신고되지 않은 계좌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의혹도 수사 중이다. 구로경찰서는 전국공무원노조 서울교육청노조지부의 간부가 곽 교육감의 후원회 계좌에 다른 사람 명의로 445만원을 입금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돈을 입금한 전공노 조합원인 서울의 한 중학교 교직원 황모(41)씨를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 측은 “선관위가 고발한 정치자금 사건이 훨씬 많은 한나라당은 눈감아주고 진보 정당을 표적 수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당원이 아닌 자는 정당에 후원금을 낼 수 없게 돼 있지만, 당원이 아니면서 후원할 수 있는 ‘후원당원’이라는 당규를 만들 때 선관위로부터 합법적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관위, 33건 고발 및 수사의뢰=앞서 선관위는 지난달 12일 정당 및 후원회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불법이 의심되는 39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선관위는 26건을 고발하고 7건을 수사의뢰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6건은 선관위가 고발·수사의뢰한 33건의 일부인 셈이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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