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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숨만 잘 쉬어도 웰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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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호 화가의 동양화(右)와 필자의 누드크로키의 만남.

이번 주엔 '호흡'이 주제이다. 음식이나 물과는 달리 호흡은 잠시라도 놓쳐버리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기에 목숨은 호흡지간(呼吸之間) 즉,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있어 잘못 쉬어 버리면 큰일 난다. 이토록 중요하기에 정확히 알아야 한다.

먼저 어깨 넓이로 양 다리를 벌리고 땅의 기운을 받게 발을 바닥에 딱 붙여 반듯이 선다. 몸을 앞쪽으로 약간 기울여 발가락 쪽에 무게를 싣는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배꼽 아래의 단전에 의념을 두고 자연스럽게 아랫배를 내민다.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숨을 내쉬면 나왔던 배가 들어간다. 이것이 복식호흡(腹式呼吸)인데 아기들이 하는 자연호흡법과 같다. 호흡의 세기가 일정하여 기(氣)의 순환이 고르게 되어 아기들의 침조차 달콤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가쁜 흉식호흡(胸式呼吸)을 하면서부터 몸속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아 역겨운 몸냄새가 나고 양기마저 쉬 빠져나간다.

숨이 딸리니 노래할 때 끝처리가 힘들어 음정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요즘은 젊은이들조차 노인처럼 목젖이 크게 움직일 정도로 소리를 떤다. 목까지 숨이 차게 되면 깔딱깔딱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목숨이라 했거늘. 아무튼 숨은 아래로 내려 얼굴과 머리를 차게 해야 한다. 가수들이 많은 곡을 차근차근히 열창할 수 있는 까닭 중 하나이다.

특히 필자는 복식역호흡(腹式逆呼吸)을 해왔다. 국악인들도 하는 호흡법으로서 숨을 들이쉴 때 도리어 배가 들어가게 하여 마치 코브라 뱀처럼 양옆구리를 부풀게 해서 횡경막 사용에 효율성을 최대한 높인다.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도 바로 한번에 내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복강 내에 저장해 두고 필요에 따라 내쉬어 호흡이 복강 내에 한동안 머물러 있게 한다. 안정된 음정과 풍부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나온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한 호흡 한 호흡 정성을 들일 수 있는 비결이다.

전통 음악 중 시조와 가곡, 가사를 부르면 호흡이 가볍고 고르며 부드러워져 깊고 길어진다. 민요나 판소리를 하면 폐활량이 커진다. 시조엔 '청산리 벽계수야' 등이 있는데 필자가 건강음악으로 만든 새로운 시조 '한산섬'과 '무애가'를 불러도 좋다. 민요엔 '옹헤야' '밀양아리랑'등 부지기수이고, 판소리로는 '춘향가' '흥부가' 등이 있다. 역시 필자가 창제로 만든 '파랑새' '망부석' 도 좋다.

위의 노래들을 단전에 기를 모으고 복근으로 숨을 쳐주면서 부르면 활발한 장운동이 이루어져 소화기능 향상 및 변비증상이 완화돼 대장이 편해진다. 그뿐인가. 혈류를 위로 끌어올려 심장에 활력을 주고 얼굴 및 두뇌에 산소공급량을 증가시켜 피부미용과 두뇌활동에도 좋다. 혈액순환이 잘 되니 몸이 더워지고 땀까지 나 수영, 요가처럼 운동효과를 본다.

또한 노래할 때 호기와 흡기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숨을 내쉴 때 주의를 기울이면서 길고 강하게 하면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높아지고, 숨을 들이쉴 때도 역시 주의하면서 길고 강하게 하면 교감신경의 기능이 높아진다. 더구나 마음의 동요를 완만한 리듬으로 바꾸고 그만큼 자율신경의 평정도 찾게 돼 스트레스가 풀릴 뿐만 아니라 불안증,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 웰빙 음악인 것이다.

동양화가 이신호씨의 붉은 소나무처럼 장수하게도 된다. 그 자신의 심상의 표현이 된, 하나의 인격체로까지 보이는 소나무! 맑은 공기 속의 그 자연처럼 닮아가며 살자! 아- 잠깐. 그러나 아무리 웰빙 노래를 불러도 담배를 피우면 소용없다. 금연하고 이제부터라도 즐겁고 힘차게 불러 보자. 건강장수의 노래를.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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