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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M&A경쟁 '3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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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급인 진로를 낚으려는 기업들의 막판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 CJ와 두산은 각각 이재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CJ는 '인수가격이 높으면 포기한다'던 당초의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모두 진로의 탄탄한 유통망이 자사의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진로 입찰서 제출 마감시한(이달 30일)은 앞으로 2주 남았다. 진로 인수전의 관전포인트를 세 개의 키워드로 들여다봤다.

◆값어치 논란=진로의 주요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회사의 기업가치를 36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잡았다. 진로가 일본 현지 법인(진로 재팬)을 포함해 한 해 30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 희망 기업인 A사 관계자는 "예비 실사를 해보니 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00억원 정도이고, 이것도 임금과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경영을 하면 영업이익은 20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진로의 브랜드 가치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B사 관계자는 "진로 소주의 브랜드 가치는 높지만 소주를 제외하면 브랜드가 다른 제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독과점의 덫=소주 사업을 하는 두산.롯데.하이트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무학.금복주 등 지방 소주업체가 포함된 오리엔탈 컨소시엄도 마찬가지다.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이 55%에 육박해 어느 기업이 인수하더라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 걸린다. 두 개 기업을 합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두 개 기업 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이 3위 이내에 들고 상위 3사의 점유율이 70% 이상이면 기업결합이 무산된다. 인수희망 기업 대부분은 "공정위의 이런 잣대는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라고 주장한다.

◆"라이벌업체에는 못 준다"=D사 관계자는 "진로 인수전에 자존심을 걸었다"고 표현했다. 라이벌 업체를 의식한 말이다. 인수 희망 12개 기업의 인수전 구도를 보면 경쟁의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도 제법 있다. 일단 CJ와 대상이 그렇다. 이 두 기업의 라이벌 관계는 1960년대 '조미료 전쟁'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식용류.장류 등을 놓고 시장에서 겨루는 중이다. 하이트는 숙적인 오비맥주의 최대 주주인 대한전선과 손잡은 인베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전선 측이 인수하면 경영은 오비맥주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상대방으로는 오리엔탈 컨소시엄이 꼽힌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대구.경북의 금복주, 경남의 무학 등 지방 소주 회사들은 대선주조(부산)를 가진 롯데가 진로를 인수하면 영남 소주 시장에서 설 땅이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사히맥주는 롯데와, 기린맥주는 CJ와 각각 한 팀을 이뤄 한국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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