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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항운노조 위원장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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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항운노조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16일 노조원 채용과 승진, 공사 관련 등으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항운노조 박이소(61.사진)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장에서 체포한 뒤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표를 낸 박 위원장은 노조원 신규 채용과 승진, 노조 연락사무소 신축 등과 관련해 수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노조원 채용 대가로 거액의 돈이 박 위원장과 오문환(66) 전 위원장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참고인으로 소환된 노조 전 부위원장 이모(58)씨는 "지난해 6월 부산시내 모 호텔에서 노조원 채용 대가로 거뒀던 6000만원 중 3000만원을 '박 위원장에게 전해 달라'며 노조 간부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또 "나머지 3000만원을 오 전 위원장의 부인에게 전달했으나 뒤늦게 되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이 돈은 노조 연락소장이 신규 노조원으로부터 돈을 거둔 뒤 '위원장에게 전해주라'며 나에게 줬던 돈"이라며 "하부 조직에서 돈을 거둬 단계를 밟아 상부로 전달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노조 사무실을 신축하면서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긴급 체포됐던 노조 부위원장 복모(53)씨와 총무부장 이모(45)씨, J종합건설 이사 강모(57)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복.이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 구속 여부는 17일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복.이씨는 2003년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 구평연락소(3층)를 신축하면서 J건설과 짜고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각각 1억~2억원가량의 노조 공금을 횡령한 혐의다. 검찰은 이날 같은 혐의로 노조 후생부장 박모(44)씨를 긴급체포, 공사비 착복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 중 우선 공사비 착복 부분만 영장에 기재했다"며 "이번 수사의 핵심인 채용.승진 비리에 대해선 계속 수사하면서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추가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16일 부산항운노조 비리 수사를 계기로 전국의 항운노조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전국 검찰에 긴급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뿐 아니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채용.승진, 공금횡령 등의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운노조의 경우 조합원이 된 뒤 입사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이어서 일부 지역의 경우 노조 간부들이 채용 비리를 저지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은 "항운노조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조합원의 제보 등이 없으면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며 "비리를 제보하는 조합원 등은 신원을 철저히 보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이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이 비리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새로 구성될 집행부는 어두운 과거의 관행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투명한 조합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내부적으로 노조를 민주화해 조합원 채용과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조합비를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항만 노무공급 문제는 정부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원점에서 새롭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노조 간부들이 조합 운영을 잘못한 점도 있지만 부산항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부산항운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조영탁 한국항만연수원장을 추대했다.

조원장은 항운노조의 제의에 아직 수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운노조는 비상대책위를 통해 노조의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쟁점이 되고 있는 노무공급권 독점 문제 등에 대해 정부와 논의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정용백.김관종 기자,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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