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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⑭ 서울 역사 문화길 -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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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은 ‘서울 역사문화길’ 후반부다. 앞선 회에서는 정동길 구 러시아공사관 앞부터 경희궁과 서울성곽길을 거쳐 인왕산으로 막 접어들기 직전까지 소개했다. 이번 길은 인왕산의 서울성곽길에서 사직단과 서촌 한옥마을을 거쳐 경복궁까지 걷는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왕산의 호방한 산책로를 걷다 모세혈관처럼 서울 도심으로 가지를 뻗은 옛 골목을 누비는 코스다. 도보여행 전문가 윤문기씨는 “인왕산에서 서촌한옥마을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서울을 망원경처럼 멀리서 보기도 하고 현미경처럼 가까이 들여다보기도 하는 길”이라며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서울길 단 하나만 추천하라면 이 코스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인왕산 성곽길, 전후좌후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같은 풍경이다. 앞으로는 인왕산 봉우리가 우뚝, 옆으로는 성곽과 빌딩숲이 둘러싸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인왕산 성곽 따라가다 오른쪽, 탁 트인 서울

이번 길은 인왕산 입구에서 시작한다. 들머리는 ‘옥경이 슈퍼’ 건너편이다. 지난 회에 소개했던 길을 따라 오다 보면 ‘옥경이 슈퍼’ 앞까지 오지만,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종로05’ 마을버스를 타고 ‘옥경이 슈퍼’ 정류장에서 내려 여기부터 시작해도 된다.

 오르막길을 따라 인왕산으로 접어든다. 왼쪽 아스팔트길 말고 붉은색 보도와 나무계단이 있는 길이 잘 정돈돼 있어 걷기 편하다. 서울성곽길이자 산길이지만 산책로나 다름없다. 정면으로는 인왕산 정상, 왼쪽에는 성곽, 오른쪽으로는 시내가 보인다. 이 길은 겨울에 더 걷기 좋다. 나무들이 잎을 떨구어야 성곽과 시내로의 시야가 탁 트인다. 전망 좋은 산은 많지만 노력 대비 조망으로만 따지면 인왕산이 제일이라 할 만하다. 전망대에서는 경복궁·청와대가 멀찍이 보이고, 남산타워·종로타워 등 빌딩숲이 장관이다. 길을 걷는 내내 오른쪽이 멀찍이 내려다보인다.

 입구에서부터 500여m 걸어 오르다 보면 경비초소와 초록색 철문이 나온다. 앞쪽의 정상으로 가는 길 말고 오른쪽으로 틀어 큰길로 걸음을 옮긴다. 우레탄으로 포장된 길이 푹신푹신 하다. 200m쯤 걸으면 왼쪽에 황금호랑이상이 보인다. 삼거리에서 길을 건넌 뒤 내리막인 오른쪽 길을 택한다. 흙길이 시작된다. 이 얼마 안 되는 내리막길 옆에 우리 옛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세 군데 자리 잡고 있다.

 일단 황학정이라는 활터가 있다. 원래 고종의 어명으로 경희궁 내에 지었던 정자지만 일제가 경희궁을 파괴하면서 1922년 인왕산 아래 등과정 터로 자리를 옮겼다. 내리막길의 막바지에는 단군성전이 있다. 이곳에는 나라의 시조인 단군의 정부 표준 영정을 볼 수 있다. 성전 안에는 단군 영정과 더불어 고구려·백제·신라 등 옛 우리 땅의 고대국가 태조 위패가 모셔져 있다. 남문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사직공원이 나온다. 땅의 신인 사신(社神)과 곡물의 신인 직신(稷神)에게 제사를 올렸던 곳이다. 지금은 옛적 영화를 뒤로하고 썰렁한 여느 공원과 다름없다.

 사직공원을 내려와 큰길과 만나면 왼쪽으로 향한다. 사직동 주민센터를 끼고 왼쪽으로 꺾으면, 만화 ‘식객’에도 나왔던 청국장 전문 ‘사직분식’이 있다. 골목 안쪽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배화여대·배화여고 정문이 나온다. 왼쪽 돌계단을 올라간다. 배화여고 건물 바로 옆 샛길로 들어가 건물 뒤편까지 가면 이항복 선생의 집터 ‘필운대’가 있다. 지금은 바위덩어리에 지나지 않지만, 옛적 이항복 선생이 지인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서울 최고의 길”

배화여대 정문으로 다시 나와 왼쪽 길로 내려가면 서촌한옥마을이다. 길 끝에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넌 뒤 왼쪽으로 꺾는다. 조금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전봇대의 ‘라파엘의 집’이라는 표지판 쪽으로 꺾어 골목길로 접어든다. 다시 전봇대에 ‘자하문로 5가길’ 표지판이 보이면 샛길로 들어선다. 서촌의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샛길에서 나오면 좌회전하고, 큰길을 건넌다. 다시 왼쪽으로 50m쯤 가다 종로구보건소 표지판이 보이면 ‘커피즐겨찾기’를 끼고 오른쪽으로 꺾는다. 길을 조금 가다 ‘자하문로 8길’ 표지판이 보이면 우회전해 골목으로 들어간다. 길을 가다 노란 벽을 보고 왼쪽 길로 접어든다. 막다른 골목 같지만, 작은 샛길이 숨어 있다는 게 놀랍다. 샛길을 나와 왼쪽, 다시 오른쪽으로 꺾으면 건축 현장이 나온다.

 한정식집 ‘혜원’을 끼고 왼쪽 샛길로 꺾는다. 이 뒤에 통의동 백송터가 있다. 이곳의 백송은 백송 중 가장 큰 것으로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지만 90년 7월 태풍에 쓰러져 죽었다. 당시 주위에 있던 새싹을 가져다 키운 것 중 4그루를 다시 이 주위에 옮겨 심어놓았다.

 이 서촌한옥마을 일대에서 GPS폰을 이용한 문화유적 찾기 행사가 이달 6일과 13일 오전10시에 열린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참가 가능하며 3~5명의 팀을 짠 뒤 역사문화콘텐트 업체 ‘보물찾기’ 홈페이지(cafe.daum.net/historycaching)에서 신청서를 내려받고 제출하면 된다. GPS폰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역사유적 찾기 미션을 수행하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참가비는 팀당 3만원. 문의는 010-3392-4403.

 백송을 보고 직진한 뒤 길을 나와서는 왼쪽으로 꺾는다. 사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하다 보면 큰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 길을 건너 ‘고궁박물관’으로 들어간다. 경복궁 관내 흥례문을 보고 광화문으로 돌아나온다. 흥례문을 넘기 전까지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광화문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길 건너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가 있다. 처음인 구 러시아공사관부터 끝까지 모두 걸으면 4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총 구간은 8㎞가 조금 넘는다(위성지도 등 자세한 코스 정보는 ‘mywalking.co.kr(발견이의 도보여행)’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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