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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 꾸며 주민들이 명소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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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옥구공원은 시민들이 조성하고 관리까지 하는 ‘시민참여형’ 공원이다. 시민들이 ‘희망의 트리’에 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달고 있다. [경기농림진흥재단 제공]

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 노란 코트를 입은 사랑어린이집 원생 20여 명이 국화꽃으로 뒤덮인 화단에 들어왔다. 꽃 향기를 맡으며 ‘사탕 냄새’ ‘엄마 화장품 냄새’라고 말하더니 연못에 손을 넣고 ‘차갑다’고 재잘거린다. 박정순(55) 원감은 “매년 옥구공원에서 자연학습을 하는데 올해는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서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옥구공원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풍차가 들어서 있다. 곰 모양의 앙증맞은 토피어리(식물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다듬은 것) 사이로 난 샛길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연못과 정자가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식물원 같다.

 옥구공원이 들어선 자리는 1999년까지만 해도 황무지였다. 시흥시는 1년여의 공사 끝에 15만7300㎡를 공원으로 꾸몄다.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8일부터 사흘간 열린 ‘2010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치르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경기도와 시흥시는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공원 프로젝트’ 계획을 세웠다.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정원 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해 보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원예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조경가든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먼저 참여를 선언했다. 성균관대·신구대학·한경대·농협대학·안산공과대학 등 도내 5개 대학 원예 관련 학과 학생들이 가세했다.

 이렇게 해서 300여 명의 시민이 ‘도시, 정원을 꿈꾸다’를 주제로 하나가 됐다. 이들은 1년 동안 공원을 디자인하고 직접 디딤돌을 놓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이렇게 해서 20여 개의 작은 정원이 공원에 생겨났다. 자원봉사자들은 정원 앞에 QR(Quick Response) 코드를 넣어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공원은 박람회 기간 동안 28만 명이 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45개 기업은 기부로 한몫했다.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행사가 끝나면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경동산업, LG하우시스 등은 “시민들과 함께 만든 공원이니 설치된 구조물은 우리 회사 것이 아니다”며 테라스와 공연무대를 기부했다. LG하우시스 권승호 차장은 “친환경 자재 생산이라는 기업 이미지에 어울려 참여하게 됐다”면서 “공연무대를 기부한 이후 기업 이미지 홍보와 자재 전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시 공원관리과 김선욱 계장은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공원 조성에 참여한 50여 명의 시민이 정기적으로 공원을 찾아 잡초를 뽑고 쓰레기를 줍는 등 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이 깔끔하게 바뀌면서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생들의 체험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에는 오이도, 시화방조제 등을 둘러본 관광객들이 마지막 들르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평일에 5000~6000명, 주말에는 2만~3만 명이 몰리고 있다.

시흥=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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