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핸드볼 불량배’ 쿠웨이트 AG서 만나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윤경신이 쿠웨이트 선수의 거친 수비에 넘어지는 장면. 한국은 22-21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중앙포토]

“쿠웨이트가 결국 출전을 한다네요. 걱정이 많습니다.”

 남자 핸드볼대표팀 조영신 감독은 최근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쿠웨이트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최근 결정된 뒤부터 2006년 ‘도하의 악몽’이 생각나서다.

 쿠웨이트 올림픽위원회는 올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제대회 무기한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아 국제스포츠계에서 퇴출됐다. 모든 종목의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정부가 스포츠 단체 수장을 직접 임명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쿠웨이트는 최근 IOC로부터 구제를 받아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해졌고, 남자핸드볼은 한국과 같은 B조에서 예선을 치르게 됐다.

 쿠웨이트는 국제 핸드볼계의 ‘반칙왕’으로 유명하다.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번번이 중동 심판의 편파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인 쿠웨이트가 ‘껄끄러운 상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심판을 동원해 한국팀을 골탕 먹이기 일쑤였다. 윤경신(37·두산)은 “도하 대회 카타르전 때는 정말 황당했다. 당시 5분 만에 퇴장을 두 번이나 당했다. 움직이기만 해도 파울을 불어대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윤경신은 “핸드볼 신이 와도 못 이기는 경기였다. 지금까지 핸드볼을 해온 게 창피하다”는 말을 했다.

 당시 한국 남자팀은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4위에 그쳤다.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5연패를 거뒀지만 상대 선수가 아닌 심판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그래서 조영신 감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체력과 전술 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2명이 퇴장을 당하는 상황을 감안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렸다. 고강도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이고, ‘필라테스’까지 동원해 유연성도 길렀다.

그는 “선수들이 6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을 위해 특별 훈련을 하고 있다. 또 몸싸움을 하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윤경신이나 백원철의 중거리슛을 이용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낙관론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쿠웨이트가 예전만큼 편파판정의 덕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2009년 대한핸드볼협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SK 회장 덕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직후 최 회장이 셰이크 아마드 AHF 회장을 만났다. 본래 최 회장과 사업 파트너였던 터라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얘기가 오갔다. 또 이번 대회에는 국제핸드볼연맹에서 경기 감독관과 국제심판을 파견하기로 했다. 쿠웨이트가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이라고 해도 아시아 심판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반면 여자대표팀은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하고 있다.

 이재영 여자대표팀 감독은 “충실히 훈련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력 면에선 앞서 있지만 정신력에서 지면 게임을 그르친다. 자만하지 말라고 매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여자 팀은 대회 6연패를 겨냥하고 있다.

온누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