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 간암' 예방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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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생체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의 5 ~ 8%를 차지하고 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환자들의 간암 발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대 정구흥(52.생명과학부)교수 연구팀은 사람 몸속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단백질 '인터페론 감마'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간염의 간암화'를 막는 지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보통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는 '엔에프-카파비(NF-kB)'라는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해 세포 분열을 급격하게 함으로써 감염된 세포수를 늘려간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암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때 '인터페론 감마'를 투입하면 NF-kB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IK'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핵으로 이동, 감염 세포들이 더 이상 분열하지 않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 교수는 "간암은 조기 발견이 힘들고 절제 수술 외엔 딱히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만성간염 환자의 간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발표됐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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