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JAL 회장 낙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1998년부터 일본항공(JAL)을 이끌면서 JAL과 재팬에어시스템(JAS)의 합병을 주도했던 가네코 이사오(兼子勳.67.사진)회장이 9일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말 JAL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놨던 가네코 회장은 이달 말로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회장직과 이사직까지 모두 내놓고 6월1일부터 상임고문으로 물러난다. 그의 사임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JAL의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다 최근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른 데 따른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대의 항공사인 JAL은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JAL은 올해 1월22일 홋카이도의 한 공항에서 관제탑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이륙한 바 있고, 승무원이 비상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3월 17일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사업개선명령을 받은 바 있다. 가네코는 당시 책임을 지고 CEO 자리를 신마치 도시유키(新町敏行.62)에게 넘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이어져 4월에는 경험이 부족한 부조종사가 규정을 어기고 이착륙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8일에는 355명의 승객을 싣고 도쿄를 떠나 뉴욕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객실 기압이 갑자기 떨어져 불시착하는 아찔한 사고가 겹치면서 가네코 회장이 사실상 문책성 사임을 하게된 것이다.

경영실적도 부진했다. 이날 가네코의 사임에 앞서 발표된 2004 회계연도 경영실적에 JAL은 561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 경쟁사 전일본항공(ANA)의 777억엔에 크게 못 미쳤다. 더구나 이 중에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퇴직금 제도를 바꿔서 생긴 500억엔의 특별 이익이 포함된 수치여서 수지를 겨우 맞춘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덩치 키우기에 집착했던 가네코 회장이 정비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결과"라며 "신마치 신임 CEO가 실적개선과 안전도 제고라는 큰 짐을 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