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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주춤… 4월 기대지수 넉달 만에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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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앞으로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기대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연령별로는 40대의 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체 기대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어 아직은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기 등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이고 100 위로 올라가면 반대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4월 소비자전망'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101.3으로 전달(102.2)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지난 3월에는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생활형편만 기대지수가 올라갔을 뿐 ▶경기 ▶소비지출 ▶내구소비재 구매 ▶외식.오락.문화비 지출 등의 항목에서 모두 떨어졌다.

반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 등을 평가한 소비자평가지수는 4월 90.2로 전달(89.6)보다 올라갔으나 기준치인 100을 넘지는 못했다.

정경민.강승민 기자

주가 하락 따른 자산소득 감소에 고소득층 위축

소비심리 회복세가 주춤한 것은 불안정한 심리지표의 단면을 보여준다. 심리지표는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해 언제든지 쉽게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연초 큰 폭으로 올랐던 주가가 최근 급락한 게 고소득층의 기대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평가지수 가운데 6개월 전과 비교한 주식 및 채권의 가치가 90으로 전달(98.3)보다 크게 떨어진 게 이를 반영한다.

연초 소비심리 회복에 불씨를 지핀 주가가 거꾸로 심리 위축을 부르는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등 수도권 부동산을 겨냥한 부동산투기대책이 쏟아져 나온 것도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서도 전방위적인 투기대책이 이어져 고소득층의 기대지수는 5월에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파른 유가 상승세와 갈수록 꼬이는 북핵 문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우려 등도 악재가 됐다. 40대의 기대지수가 3월 101.1에서 지난달 99.8로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해외의 시각도 곱지 않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홍콩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샤론 램은 "우리는 지금 (한국의) 심리적인 회복세가 경제적인 펀더멘털들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반짝경기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콩 UBS의 이코노미스트 덩컨 울드리지는 "소비가 조금 증가하다가 주춤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비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 무엇보다 소비자기대지수가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의 생활형편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심리 회복의 불씨를 계속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경제 다걸기(올인)'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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