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경제 협력으로 미국 영향력에 맞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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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남미와 아랍의 34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첫 번째 대륙 간 정상회담이 10일 브라질에서 개막됐다. 두 지역 국가 간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유가와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3세계 국가들의 결속이지만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맞서자는 의도도 담겨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회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남남(南南) 경제협력=정상회담의 주요사안은 우선 양 지역 간 경제교류 확대다. 회담을 주선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여러 차례 '남남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도국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아랍의 걸프협력기구(GCC)와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가 주축이 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시작했다.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두 기구의 결속을 토대로 양 지역 간 거대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두 지역은 경제교류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아랍권에서만 1200여 명의 기업인이 브라질로 향했다. 무역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10일 "원유는 물론 쌀.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 지역 간 무역교류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겨냥 논란=이번 회담은 새로운 정치동맹이 형성되는 초석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반미를 주창하는 일부 양 지역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동맹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1일 발표될 공동선언문에 포함될 정치적 사안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거세다. 공동선언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역 철수 요구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남미에 본부를 둔 시몬 위젠솔 유대센터는 9일 "이 같은 성명 내용은 테러리스트들의 불법 행위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재까지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미국도 회담의 정치적 사안에 민감하다. 성명안이 모든 형태의 테러 행위를 비난하고 있지만 '타국에 의한 일체의 외부 침략 행위에 저항하는 합법적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타국' 등의 표현이 미국의 대중동정책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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