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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 풀긴 푸는데 … 문제는 ‘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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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의 재개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다. 일단 돈을 푸는 건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규모와 방식이다. 너무 공격적이어도, 너무 소극적이어도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5000억 달러 규모 예상=올 3월까지 15개월간 지속된 1차 양적 완화에서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과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들였다. 2차 양적 완화는 6개월간 5000억 달러 규모로 진행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예상이다.

 1일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 경제분석가 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3명이 연준이 양적 완화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규모에 대해선 절반이 넘은 29명이 5000억 달러 이상으로 봤다. 같은 날 CNBC가 공개한 월가 펀드매니저 대상 설문조사 결과의 평균치는 4570억 달러였다.

 양적 완화는 이미 0%인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장기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추고 물가상승 기대치는 높여 소비자가 돈을 더 쓰고,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게 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초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는 기준금리를 0.5~0.75%포인트 인하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이 같은 예상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양적 완화 재개가 언급되기 시작한 8월 이후 주가와 원자재 값은 뛰고, 달러 값과 금리는 낮은 포복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서 엔화 값은 달러당 80엔 선을 위협하고 있다.

 1일 뉴질랜드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달러당 80.21엔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79.75엔)를 위협했다. 일본은행은 당초 15~16일 예정이던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도 FOMC 직후인 4~5일로 앞당겼다. 상황을 봐서 엔고 대응책을 내놓는 등 ‘맞불’을 놓기 위해서다.

 2일 원화 값은 이틀째 오르며 달러당 1113.6원으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양적 완화 기조를 고수하면 달러 가치는 향후 수년간 20%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연준 내에서도 양적 완화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지난달 25일 자산 거품의 가능성 등을 들어 “양적 완화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시행 기간, 방식, 추가 조치 언급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이뤄질 수도 있다. 예상보다 공격적인 ‘충격 요법’이 나오거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장에 파장이 일 수 있다. 투자회사 밸런타인의 에이드리언 크로니에 CIO는 뉴욕 타임스에 “조심스러운 접근이나 적은 규모의 매입을 시사하는 징후가 나타나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의 매도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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