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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나토-러시아 협력 더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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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년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으로서 첫 연설을 했다. 나토-러시아 관계 개선이 주제였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믿음 때문이다. 당시 나는 나토-러시아 관계를 시급히 복원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산적 미래 관계 구축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도 했다. 그 후 1년, 나토-러시아 관계에는 어떤 진전이 있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다음 몇 가지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했다.

 먼저 테러와의 싸움이다.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는 테러 위협을 공동 평가하는 데 합의했다. 몇몇 프로젝트에서 이미 상당한 진전도 이뤘다. 대중교통 수단과 공공장소를 노린 테러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폭발물 탐지 기술 공동 연구 등의 분야다.

 핵과 탄도미사일 확산 방지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나토와 러시아 전문가들은 수차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무기통제·군축·핵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올봄 나토가 주도하는 다국적군(ISAF) 화물기가 최초로 러시아 영공을 통과했다. 아프간과 중앙아시아의 마약 단속 인력 훈련 프로젝트는 벌써 130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헤로인을 압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실질적 협력 이상의 성과도 있다. 양측은 나토-러시아 협의회(NRC)를 다시 활성화시켜, 공통의 안보 관심사와 그 대처 방안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토론을 했다. 비록 모든 사안에서 의견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협력의 바탕이 되는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 테러·아프간·해적·대량살상무기(WMD) 확산·자연 재해 및 인재 등 다섯 분야에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상의 성과는 나토-러시아 관계가 이미 ‘새 출발’을 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긴 하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대(對)그루지야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도 나토의 회원국 확대 정책에 대해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위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과제 중 하나가 군사 분야의 협력이다. 1990년대 나토와 러시아는 협력을 통해 발칸반도 안정화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지상뿐 아니라 해상, 특히 아프리카 아덴만에서의 해적 소탕작전에서 더 큰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아프간에서 군사 협력도 더욱 진전될 수 있다. 아프간 군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은 아프간인들의 자위 능력을 크게 발전시킬 것이다.

 협력 잠재력이 가장 큰 영역은 미사일 방어(MD) 분야다. 연초 나는 밴쿠버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공통의 ‘안보 지붕(security roof)’을 치자고 제안했다. 향후 수개월 혹은 수년 안에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건강한 나토-러시아 관계는 우리 모두의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큰 잠재력을 가진 나토-러시아 관계 개선을 위해 NRC 모든 회원국이 함께 노력할 것임을 확신한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정리=김한별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