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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해법, 한·미 신뢰 이상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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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은 연막을 치지 말고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말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관련해선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과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6자회담에 나와 할 얘기를 하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단호하게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당근만 취하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았다"며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한국과 중국, 그중에서도 우리를 의식한 언급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한.미 간에는 북한의 의도나 대응방향에서 시각차를 보여왔다. 남북 경협을 지속하고, 웬만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북핵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우리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 조야에선 안보리 회부, 비료 지원 중단 등 강력대응의 목소리가 대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한국이나 중국이 바라는 대안은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번 주말로 예정된 한국 방문을 앞두고 왜 이런 발언을 했느냐는 점이다. 물론 라이스 장관의 발언들은 원론적 차원일 수 있다. 그러나 견해 차이가 있는 한국 정부와 마주 앉기 전에 왜 이렇게 명확하게 선을 그었느냐는 점이다. 이번 방한에서 미국이 '우리 입장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선택을 요구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예감도 든다.

우리의 북핵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핵은 우리의 위협인 동시에 미국의 걱정거리다. 어정쩡한 위치는 있을 수 없다. 북핵 불용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하고 이 점에서는 한.미가 이견이 없음을 확인시켜야 한다. "한국의 적이 누구이냐"는 질문은 바로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의 간접표현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게끔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 신뢰가 있은 뒤에야 양국이 외교수단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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