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이틀 지나고 … “이제 다신 못 볼 텐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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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강산면회소에서 남측 동생 윤상인(왼쪽)씨가 국군 출신 이산가족인 북측 윤태영씨와 헤어지며 볼에 입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60년 만의 꿈 같은 만남이었지만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이었다. 1일 남북 이산가족들의 ‘작별상봉’이 이뤄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는 가족들의 눈물과 흐느낌이 이어졌다.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간의 상봉을 한 북측 97명(당초 100명에서 건강 등의 이유로 3명은 포기)과 이들의 남측 가족 436명은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석별의 정을 나눴다.

 최고령자인 남측의 김례정(96)씨는 “이제 다시 못 볼 텐데 어떻게 해…”라며 애통해하다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딸과의 상봉시간을 빼앗긴다며 의사의 진료조차 거부하고 만남을 이어갔다. 북측의 딸 우정혜(71)씨는 울먹이며 어머니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큰절을 올렸다.

 북측의 아버지 고윤섭(81)씨를 만나러 미국에서 온 아들 고배일(62)씨는 큰절을 올리다 엎드려 통곡했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아버지 고씨는 가족에게 업혀 상봉장을 나갔다. 출생 백일께 국군에 입대했다 북한에 남게 된 아버지 이종렬(90)씨와 다시 헤어지게 된 남측 아들 이민관(61)씨는 “아버지”를 연방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민관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이복동생 명국씨의 손을 꼭 잡고 “아버지 잘 부탁한다. 정말 잘 부탁한다”며 간절히 당부했다.

 행사장에 ‘상봉 종료가 10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울음소리는 높아졌다. 남측 가족들은 면회소 앞마당에 늘어서 북측 가족들이 타고 떠나는 3대의 버스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상봉 기간 중 두 차례의 단체상봉과 한 차례의 개별상봉을 가졌고, 점심과 저녁 식사도 한 번씩 같이 했다.

 이번 상봉 행사는 2일 하루를 쉰 뒤 3~5일에는 남측이 선발한 94명(당초 100명에서 6명은 포기)이 북측에서 온 가족 203명을 만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남측 94명은 2일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모여 등록과 교육절차를 밟은 뒤 3일 오전 금강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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