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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보존회 이준봉 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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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준봉 회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를 위해선 빈집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산시의회 10월 임시회에서 “외암민속마을 외지인 소유 주택 증가로 빈집이 늘고 있는데 근본 대책이 있느냐”는 시의원의 시정 질의가 있었다. 시관계자는 “소유자와 협의해 외암민속마을보존회에서 전통문화체험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이준봉(57) 외암민속마을보존회장은 “방침은 환영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 선거로 뽑혀 마을을 대표하고 있지만 소유자의 사용 동의를 끌어내기도 힘들고 운영상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외암민속마을엔 기와집·초가 합쳐 70채가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중 20채 정도가 비어있다고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이나 생업 문제로 외지에 나가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 매입은 했으나 직접 살 형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다도(茶道)를 하는 어떤 30대 부부가 이 회장을 찾았다. 외암마을 초입의 한 초가를 임대하기 위해서다. 그 집은 예안 이씨 후손 소유로 최근 아산시가 초가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지난달 초 짚풀문화제 때는 먹거리장터 주방으로 이용됐다.

 이 회장은 “사람 사는 마을에 이렇게 빈집이 많아선 안 된다”며 “주민들이 살면서 함께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가정이 많이 입주하길 원했다.

 지난달 외암마을이 속한 아산 송악면 주민들이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후원하는 ‘송악교육희망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시골의 교육 취약점을 지역·주민들이 함께 풀어가자는 취지다. 외암마을로선 긍정적 움직임이다.

 빈집은 지난 짚풀문화제때도 문제가 됐다. 대표적인 기와집 몇 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관계로 문을 굳게 걸어 잠궈 관람객을 실망케 했다. 정원이 아름다운 건재고택, 감찰댁 등은 ‘VIP 관람객’만을 위해 잠시 문을 열었을 뿐이다.

 유네스코에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도 살아 숨쉬는 주민들 문화가 있는 곳을 중시한다. 이 회장은 “마을 성인남자 대다수가 참가한 상여행렬 등 짚풀문화제 관혼상제 재연 행사는 중요한 외암마을 콘텐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야외 행사를 없앤 짚풀문화제가 주위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어 기쁘다.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내실을 기한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산문화재단과 머리를 맞대고 관람객 참여형 축제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는 가수를 초청해 갑자기 조용한 민속마을이 들썩이던 걸 없앤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 회장은 국가 중요민속자료라는 이유로 겪는 주민들 고충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집 형상(形象) 변경도 안되고 농작물이 관광객들에 의해 훼손되기도 하는 등 불편이 많다. 또 집안에 불쑥 들어와 사진을 찍기도 해 초상권 침해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하지만 조상들의 삶을 지키고 이어간다는 데 자긍심을 갖고 견디고 있다.”

 지자체를 넘어선 정부 차원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는 가옥에 대한 보수 외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펼치고 싶은 사업으로는 사라진 서당과 훼손된 건물 복원을 추진하고 싶다. 400여년간 이곳서 살아온 예안 이씨 유물을 확보해서 유물관을 만들고 싶다. 물론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문화유산등재를 위한 조치다. 또 스토리텔링 자원을 발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전통을 지키는 역할을 넘어 젊은 세대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도덕교육을 하는 등 전통을 보급하는 역할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몇 집에서 한문 서당 설치를 구상하고 있다.

 내년 초 외암마을 인근에 저잣거리가 조성된다. 1차로 전통음식점 11개동이 들어선다. 2, 3차 공사 등 전체 사업은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총 면적 6만8000㎡ 총 27개동 건물이 세워진다.

 이 회장은 “하회마을 저잣거리는 안동시가 마을주민단체에 위탁하고 그 임대수입 결산을 보고받고 있다”며 “그러나 운영조례 미비 등 운영상 허점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비군 지휘관으로 근무하다 고향에 돌아와 2년 임기 마을보존회장에 뽑혀 지난해 3월부터 마을 일을 보고 있다. 그는 ‘살아있는 민속마을’ 역할을 충실히 하면 고향을 떠난 주민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글·사진=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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