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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푸른빛, 섬세한 붓놀림 … 이것이 중국 도자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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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원나라(1271~1368년) 도자기 두 점. 왼쪽은 붉은색과 녹색으로 표현된 홍록채공작문팔릉주자. 오른쪽은 접시 전체에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청화기린각화모란문절연반이다. 가장자리엔 파도문, 중심에는 모란꽃과 기린을 섬세하게 그려 넣었다. [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수준급 중국 도자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서울 인사동 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관장 김희일)이 바로 그런 장소다. 일반엔 덜 알려졌지만 올 4월 초 문을 열었다.

 홍산문화중국도자박물관이 소장품 가운데 명작을 엄선해 특별전을 열고 있다.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청담동 호텔프리마 뮤지엄에서 마련한 ‘중국 송·원·명·청 도자 특별전’이다. 김희일 관장은 “G20정상회담 기간 동안 강남에서도 중국 도자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어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도자기는 당대의 최첨단 산업이었다. 경질(硬質) 도자기를 구우려면 가마 온도를 섭씨 1300도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그게 보통 기술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도자기 선진국이었던 중국은 원대에 이미 140개국에 도자기를 수출했다. 김 관장은 1970년부터 2002년까지 독일에 거주하는 동안 작품을 모았다. 그걸 추려 한국에 들여온 것이다. 그는 “국내에는 중국유물 전문가가 없어 개관 전 2년간 중국을 오가며 작품 감정을 받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채색 자기가 눈에 띈다. 백자청화도 조선의 그것과는 달리 푸른 빛으로 빽빽하다. 안료의 농담을 조절하며 섬세하게 표현한 방식은 수묵화와 비견할 만하다.

 김 관장은 “푸른 빛을 내는 코발트는 중동에서 수입한 고가의 안료였기에 조선에선 아주 소량만 사용해 난을 그었다면, 중국의 경우엔 섬세한 붓 놀림으로 수묵화를 재현했다”며 “서아시아 지역의 세밀화의 기풍이 녹아 드는 등 세계 각국과 활발히 교역한 흔적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선교사가 전파한 서양회화의 영향을 받아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를 그려 넣은 유럽풍의 작품, 페르시아 문양을 응용한 작품 등도 눈에 띈다.

 완벽에 가까운 보존상태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도자기는 뚜껑이 있으면 그 값이 치솟을 만큼 뚜껑 있는 작품을 보기 드물다. 이는 매장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이다.

 한국은 부장품을 땅에 묻는 반면, 중국인들은 지표면 10m 아래에 대규모 벽돌방을 만들고, 흙·기름·횟가루 등을 섞어 도자기에 바른 뒤 수십 수백 점씩 부장한다. 그래서 흙을 제거하면 막 구운 듯한 유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국도자 컬렉션은 인사동 본관에서 120여 점, 호텔프리마 특별전에서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02-737-0324.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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