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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기 포스텍 총장 - 허우젠궈 중국과기대 총장 ‘연구중심대학’을 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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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포스텍 백성기 총장(左), 중국과기대 허우젠궈 총장(右)

“연구중심대학이 되려면 우수한 교수진이 가장 중요하다. 역량 있는 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셔야 한다.” (포스텍 백성기 총장)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 중국은 아직 이공계 기피 현상은 없다.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큰 힘이다.” (중국과기대 허우젠궈 총장)

 한국과 중국의 이공계 대학을 대표하는 포스텍과 중국과기대(USTC) 총장이 ‘연구중심대학’을 화두로 대담을 나눴다.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의 17개 대학 총장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주 중국 칭화(淸華)대 본관에서 열린 ‘제16차 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 총장 연차 회의(AEARU)’가 계기였다. 이 행사에 참석한 두 총장을 본지 베이징 특파원이 만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9월에 선정한 ‘2010 세계 대학 랭킹’에서 포스텍은 28위로 한국대학 중에서 1위에 올랐다. 같은 평가에서 중국과기대는 49위로, 베이징대(37위)에 이어 중국 2위로 약진했다. 중국과기대 허우젠궈(侯建國·51) 총장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뿐 아니라 포스텍의 연구 이념을 높게 평가한다”고 덕담했다.

포스텍 백성기(59) 총장은 “중국과기대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연구 역량과 수준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두 총장과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타임지의 대학 평가에서 두 대학이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백)기존 평가는 대학의 역사와 명성 또는 외형적 크기가 많이 작용했어요. 이번에는 대학의 실질적인 수준과 대학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평가했죠. 대학이 어느 정도의 연구역량과 수준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했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았어요. 중국과기대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같은 이유죠.”

 “(허우)미국의 칼텍, 프린스턴 대학 등 아직도 배워야할 상대가 많아요. 포스텍과도 교류를 많이 하는데, 연구 이념과 수준이 높아요.”

 -올해 17개 대학 총장 회의의 화두는 무엇이었나.

 “(백)가장 역동적으로 성장중인 동아시아 지역의 대학들이 ‘지속 가능성’ 등 글로벌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대학이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어요. 그동안 우수 인재 양성을 서구(유학파)에 의존해 왔는데 과연 미래사회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데 서구의 이념과 틀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어요.”

 -연구중심대학의 가장 큰 목적은.

 “(허우)대학은 미래의 창조적 인재를 연구 과정에서 양성해야 해요. 교수들이 가장 앞선 연구를 게을리하면 학생들의 창의를 구현하기 어려워요. 산업 현장에 연구성과를 주는 것보다 연구중심대학의 궁극적 목적은 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 양성 여건을 만드는 데 있어요.”

 “(백)젊은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세계가 바뀌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졸업한 뒤 글로벌 리더가 되지 않으면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살아갈 수 없어요. 대학의 연구 역량과 교수진이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 않으면 세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워요.”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허우)중국과기대는 처음부터 연구중심 대학으로 설립됐고 그 목표를 거의 실현하고 있어요. 2개의 국가실험실을 보유한 중요한 연구 기지가 됐어요. 100여 곳의 국립 연구소와 매우 긴밀히 협력해요. 학과장이 국가 연구소의 소장을 겸임하니 연구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통이 생겼어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연과학학과의 모든 과목이 국가 중점 과목으로 뽑혔어요.”

 “(백)개교 20주년에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선진형 교육을 하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거듭나려는 목표를 세웠죠. 교수의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방법, 교수들의 정년보장제도, 학생들에 대한 지원시스템, 국제화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어요.”

 -연구중심대학의 핵심 요건은.

 “(허우)인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죠. 석박사 과정 학생과 젊은 교수가 연구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해요.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연구 기초 시설을 매우 중시하죠.”

 “(백)잠재력이 있는 젊은 교수를 국적에 관계없이 과감히 영입하고, 그들이 연구와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걸맞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최고의 교수진, 재정적 여건, 지원·보상 시스템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죠.”

 -정부의 역할은.

 “(허우)중국 정부는 연구중심 대학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왔어요. 100개 대학의 중점학과에 지원하는 ‘211공정’,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대학 수준을 끌어올리는 ‘985공정’이 좋은 사례죠.”

 “(백)정부는 입시 제도와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대학이 자율적으로 성장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학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해요. 연구비 확충도 중요하지만, 질 높은 투자 풍토가 절실해요.”

◆포스텍 백성기 총장=포스텍은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1986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설립한 한국의 대표적 이공계 대학이다. 국내 최초로 연구 중심 대학을 표방해 국내외에서 우수한 교수들을 적극 영입해왔다. 백성기 총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한국세라믹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중국과기대 허우젠궈 총장=중국과기대(USTC)는 중국의 대표적 이공계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 직속의 유일 연구중점 대학이다. 중국 정부가 ‘지식창신(혁신)공정’ ‘985공정’ ‘211공정’ 대학으로 지정,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허우젠궈 총장은 중국과기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옛 소련 과학원, 미국 UC버클리에서 연구를 했다. 2008년 총장에 취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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