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철학 지키고 운용책임자 안 바뀐 펀드들이 호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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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007년 7월 12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900을 넘어섰다. 이날 종가는 1909.75. 연초 1300대 후반이었던 코스피지수가 2000을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이정표 하나를 세운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3개월이 흐른 지난달 6일. 금융위기 때문에 푹 꺼졌던 코스피지수가 1903.95로 다시 1900을 넘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들은 얼마나 수익을 냈을까. 3년3개월 만에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 기간의 펀드 수익률은 천차만별이었다. 최고는 61.1%, 최저는 -21.6%였다.

 본지가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007년 7월 12일 전부터 있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 405개의 수익률과 자금 흐름을 집계한 결과다.

 수익률은 코스피지수가 1900을 처음 밟은 2007년 7월 12일부터 올해 다시 1900 고지에 올라선 2010년 10월 6일 사이의 성적을 따졌다. 금융위기로 인한 폭락 사태, 2009년의 상승장과 올 상반기 남유럽 재정위기로 출렁이던 장세 등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올린 수익률이다. 이 수치에는 펀드 운용자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적이 좋은 펀드는 전반적으로 운용 철학이 뚜렷하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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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수익률은 마이에셋자산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증권투자신탁[주식]-ClassA’(61.1%)가 냈다.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골라 담는 펀드다. ‘성장성’에 방점을 둔 까닭에 중·소형주 비율이 40%에 이른다. 2위는 ‘알리안츠Best중소형증권투자신탁[주식](C/I)’(40.6%), 3위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C-I)’(36.5%)이었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운용 철학이 뚜렷하고, 금융위기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운용철학을 지킨 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마이트리플스타’나 ‘알리안츠Best중소형’ 등은 모두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수익률 30위 안에 7개 펀드가 들어간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확고한 철학’을 비결로 꼽았다. 예컨대 ‘한국투자 한국의 힘 증권투자신탁1[주식](A)’(25%)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뚜렷한 방침을 내걸고 운용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KB그로스포커스증권투자진탁(주식)C-R’(28.5%) 등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4개 펀드에 대해 “하나같이 운용 철학뿐 아니라 운용 책임자도 바뀌지 않은 펀드들”이라고 소개했다.

 ‘한국투자퇴직연금성장증권자투자신탁1(주식)’(34.4%) 등 연금 펀드들도 다수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연금 펀드는 ‘장기 투자’가 특성인 만큼 이 역시 단기 성적에 휘둘리지 않고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었던 점이 고수익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5.2%였다.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 시장보다 나은 성적표다.

 ◆삼성그룹 펀드 초강세=펀드 유형에 따라서도 성과가 엇갈렸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10위 안에 4개가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007년과 현 주가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삼성전기·삼성SDI·삼성테크윈·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가가 많이 오른 덕이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정보기술(IT)·화학업종을 많이 담은 펀드는 성과가 좋았고 금융·건설·조선업종 비중이 큰 펀드는 그 반대였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펀드는 결과가 극과 극이었다. ‘마이트리플스타’와 ‘알리안츠Best중소형’ 등 선두를 달리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새천년코스닥주식S-1’(-21.6%), ‘푸르덴셜코스닥1’(-20.9%)처럼 원금 회복이 요원한 펀드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평가 대상 기간에는 중소형주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높은 수익률을 냈다는 것은 실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형 펀드 중에서는 동부자산운용의 ‘해오름인덱스알파증권투자회사[주식-파생형]Class A’의 수익률(24.1%)이 가장 높았다. 이 회사 박희봉 상품전략본부장은 “‘지수+알파(α)’의 성과를 얻기 위해 주가지수 선물과 공모주에도 투자한다”고 전략을 설명했다.

 이번 비교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했다. ETF까지 포함한 수익률 1위는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96.2%)이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주가에 업혀 수익률이 날아올랐다. 이 ETF를 제외하면 2007년 7월 12일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 펀드는 없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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