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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즐겨읽기] '다빈치 코드' 이것이 옥에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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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다빈치 코드의 비밀

댄 버스틴 엮음, 곽재은 외 옮김

루비박스, 612쪽, 2만1800원

성혈과 성배

마이클 베이전트 외 지음, 이정임 외 옮김

자음과 모음, 648쪽, 2만7500원

▶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막달라 마리아(모니카 벨루치 분.(左)).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설 주장 등으로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2003년에 출간(한국어판은 지난해)된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베텔스만)의 여진이 아직도 대단하다.

이달 초 프랑스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절반이 '다빈치 코드' 관련 서적이었다. 미국에서는 이 책과 주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판매가 증가한 서적이 무려 90권이나 된다.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들이 여럿 나왔다.

'다빈치 코드의 비밀'은 무려 46명의 글을 묶은 다빈치 코드 백과사전이다. 소설을 샅샅이 훑어가며 사실과 허구를 가린다. 매니아들이 흥분할 만한 '옥의 티'찾기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악마의 숫자라는 666개의 유리판으로 만들어졌다?(다빈치 코드 1권 38쪽) 정답은? 이 구조물을 지은 건축사무소에 따르면 698장이라고 한다.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Mona Lisa)의 철자를 재배열하면 Amon(이집트의 남성신'아몬')과 Lisa(여성신'이시스'의 다른 이름)의 결합이 된다. 즉, 남자와 여자의 신성한 결합을 숨겨놓은 다빈치의 비밀이라는데(다빈치 코드 1권 186쪽)? 이것도 사실무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번도 이 작품을 '모나리자'라고 부른 적이 없단다. 당대에는 이 명화에 공식적인 작품명이 붙은 적이 없다고.

이런 퀴즈식의 가벼운 언급 말고도 이 책은 역사적, 신학적 논쟁점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무게있는 저작들을 요약하고 있다. 소설을 막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의 10장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엮은이 댄 버스틴의 이력도 흥미롭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그는 '다빈치 코드'라는 이 히트 상품에 대한 방대한 '기업 평가'를 주도했다.

'성혈과 성배'는 1982년에 출간된 논픽션으로 댄 브라운이 작품 속에서도 언급하는 등 소재, 줄거리 중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책이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신부였다는 주장을 내놓아 당시 기독교계와 서구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학술적 관점에서 보면 독창적인 해석은 아니다. 실제로 외경에 속하는 '빌립 복음서'는 마리아와 예수의 특별한 관계와 이에 대한 남자 제자들의 질투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 종교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마리아 복음서'도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BBC 다큐멘터리에 관여한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이들은 성서와 유럽사에 밝지 않은 독자들이 솔깃할 만한 '음모론'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저자들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댄 브라운의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에 소송을 걸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80년대에 번역된 바 있으나 이번에 다시 출간됐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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