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심인한테 밀리는 건 싫어요 당원들이 화낼지 몰라요, 허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0호 10면

진보신당의 ‘간판’인 심상정 전 대표는 지금 평당원이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 사흘 전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당 대표 선거에도 불출마했다. 지금은 지역구(경기 고양 덕양갑)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 “맹활약하는 거 잘 듣고 있다”는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심 전 대표를 성대모사하는 ‘심상장’에 대한 얘기였다.

‘심상장’ 만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제가 방송과 인터뷰한 걸 절대로 다시 안 들어요. 자기 목소리를 다시 듣는 건 쑥스러우니까. 그런데 문자가 하도 많이 와서 들어봤는데, 너무 똑같아.”

25일 오후 심 전 대표가 MBC를 찾았다. “감사 인사를 한 번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국구로 활동하는 ‘심상장’ 덕에 원외에 있는 심 전 대표에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LA에서도, 유럽에서도 방송 들었다고 연락이 와요. 택시기사 분들도 늘 라디오를 켜 놓으니까 제가 택시 타면 ‘심상장’ 얘기만 꺼내고. 제가 정말 방송처럼 말하느냐고 물으면 ‘똑같아요~’라면서 너무 재미있어들 해요.”

생방송 직전 구내식당에서 제작진이 저녁 먹는 자리에 그가 함께 했다. ‘심상장’을 연기하는 개그우먼 전영미씨가 심 전 대표와 나란히 앉자 ‘유심인’을 맡은 배칠수씨가 농담을 던졌다. “유시민 전 장관에게 서운하다고 전해 주세요. 비슷한 시기에 (성대모사를) 시작했는데….”

방송에서 ‘심상장’은 굵은 목소리로 씩씩하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해야 됩니다”라며 강하게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심 전 대표의 ‘여걸’ 이미지를 과장해 표현한 것이다. 심 전 대표도 “제가 좀 말을 씩씩하게 하니까”라며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아마 초기 의정활동이나 토론 장면을 많이 보고 (성대모사를)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립)각 세우는 자리에 많이 나가니까 저를 세게 보시는데, 도지사 선거 때는 토론 보고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그랬어요. 처음 만난 주민들도 ‘인상 참 좋다’고 인사해 주시고. 저도 만나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

이어지는 대화.
▶심상정=“추석 때 동서가 그래요. ‘우리 형님이 명절에 음식도 얼마나 잘하고, 부드러운디 방송사에선 그걸 모르는 갑소’라고요. 방송에 문자까지 보내려고 했대요.”

▶전영미=“저희가 명절증후군을 주제로 다뤘을 때 심상장이 ‘명절을 없애면 됩니다’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셨나 봐요. 많이 알려진 목소리나 말투로 대중한테는 각인되니까, 저희는 계속 선거나 토론 때 봤던 모습을 보여줘야 똑같다는 얘기를 들어요. 혹시 출연진에 부탁할 게 있으세요.”

▶심상정=“개그는 개그로 보는 거니까 내용은 알아서 재미있게 해 주세요. 길이는 좀 늘려주셨으면…. 저희 친정엄마도 열심히 들으세요. 그런데 ‘박근혜씨는 길게 나오는데 넌 왜 조금 나오느냐’고 그러시기에 제가 그랬죠. ‘엄마, 나는 지금은 ‘전씨’잖아요’라고요. 전 대표고 전 의원인데도 배려해 주시는 거라고요.”

이날 제작진은 심 전 대표를 프로그램의 다른 코너에 섭외했다. “좀 희화화를 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양해를 구했고 그는 흔쾌히 응했다.

트위터로 스튜디오 방문 알려
생방송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최양락씨가 “밖에 손님이 와 계세요”라고 청취자들에게 심 전 대표의 방문을 알렸다. 이날 방송의 주요 등장인물은 ‘심상장’과 ‘유심인’. 사회자가 두 사람에게 선거를 상징하는 ‘알까기’를 해 보라고 권했다.

“우리끼리는 하지 말고… 연합할까요?”(‘유심인’)
“한 번 했으면 됐지, 뭘 또 합니까.”(‘심상장’)
6·2 지방선거의 막판 단일화를 빗댄 대사다. 듣고 있던 심 전 대표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유심인한테 밀리는 건 안 돼. 우리 당원들이 화를 내.”
심 전 대표는 방송을 지켜보면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트위터(@sangjungsim)에 출연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팔로어가 4만 명이 넘는 그는 트위터에선 이미 성대모사가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버스에서 듣다가 빵 터졌어요’ ‘오리지널 앞이라 심상장의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등 멘션이 60개 넘게 날아왔다.

“정치 풍자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거니까 긴장해서 들어요. 이런 풍자가 인기라는 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표현한다고 봐요. 우리가 그 기대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소통은 좋다고 생각해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