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수술 하루 전 자선골프 대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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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선 골프대회에 참석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플로리다 AP=연합]

심장수술을 앞두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골프클럽에서 열린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희생자 구호를 위한 자선 골프대회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참가했다.

그는 골프 대회 다음날 뉴욕으로 날아가 왼쪽 가슴에 찬 물과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3~10일 입원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다소 차가운 날씨에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에서 클린턴은 수술 걱정은 전혀 없는 듯 쾌활한 모습이었다. 그는 "혹시 오늘 골프코스에서 벼락을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99.99%의 사람들이 살았던 것보다는 더 앞으로 나아간 상황에서 생을 마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수술과 관련,"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위험한 수술은 아니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선 골프대회는 프로 골퍼 그레그 노먼이 개최한 것이다.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7년에 당시 '골프 황제'로 군림했던 노먼과 이틀간 골프를 치려고 주피터 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라운딩이 무산된 적이 있다. 클린턴으로선 8년 만에 노먼과 함께 라운딩을 할 기회를 갖게된 셈이다.

골프 실력이 좀 낫다는 이유로 부시에게 몇타를 접어준 클린턴은 "그는 비행기에서 점프도 한 사람인데 오히려 그가 내게 핸디캡을 줘야 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얼마 전 80세 생일 때 스카이다이빙을 해 노익장을 과시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한편 이날 골프대회 참가자 70명은 참가비 등을 통해 총 18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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