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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사람 몸에서 희망 된 아들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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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5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난 어린이의 어머니 김경숙씨가 아들을 그리는 편지. 오른쪽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생명을 건진 임종필씨의 감사 편지.

“사랑하는 내 아들 기영아, 너는 하늘나라에 갔지만 다른 사람의 눈이 되고 따뜻한 가슴이 되어서 엄마·아빠와 같은 하늘 아래서 잘 살고 있잖니.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준 우리 기영이를 생각하면 엄마·아빠는 누구보다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고 최고라고 생각해.”

 기영이 어머니 김경숙(44·경기도 성남시 수진2동)씨의 편지에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지난해 4월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간 아들(당시 8세)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담았다. 이 편지는 3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리는 ‘2010 희망의 씨앗 생명나눔 행사’에서 김씨가 낭독할 예정이다.

 기영이는 지난해 4월 초 소풍을 간다며 집을 나서자마자 인도로 돌진한 음주운전 차량에 변을 당했다. 18일간 중환자실에 있다 뇌사(腦死) 판정을 받았고 신장·간·각막이 5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기영이 아버지 장재남(44)씨가 가족들과 상의해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우리 애가 잔병치레가 없을 정도로 건강했고 어릴 때부터 남 도와주는 걸 좋아해 그냥 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6개월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이런 심정을 편지에 담았다.

 30일 행사에서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백혈병 환자 임종필(41)씨가 감사의 편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임씨는 편지에서 “예쁜 나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아빠의 자리로 돌아오게 해주신 기증자와 새 삶을 살게 해주신 모든 의료진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건강한 햇살이 나를 맞이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생명나눔 행사는 장기나 인체조직 기증자와 유가족, 기증 희망자 등 3000여 명이 참석해 생명나눔 통합브랜드 ‘희망의 씨앗’을 공개한다. 또 애플리케이션 공모 결과를 발표한다. 수혈이나 장기기증이 필요한 환자의 정보를 전하고 장기 기증을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김수년씨가 대상을 받는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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