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1차전] 투수전 예상 깨고 난타전 11-7, 크게 웃은 ‘거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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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78㎝, 77㎏. 야구선수치고는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구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서는 시속 160㎞의 무시무시한 직구가 뿜어져 나온다.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의 우완 에이스 팀 린시컴(26) 얘기다.

 린시컴은 28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2010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텍사스와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와3분의2이닝 동안 4실점으로 팀의 11-7 승리를 이끌었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에서 따낸 승리였다.

 ◆특이한 폼의 괴짜 에이스=긴 머리카락과 자유분방한 성격에 음악을 좋아해 ‘괴짜’란 별명을 지닌 린시컴은 특이한 투구폼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공을 던질 때 다른 투수들에 비해 다리를 엄청나게 넓게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독특한 투구 동작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높아 보여 대학 1, 2학년 때 프로구단 신인 드래프트에서 외면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체구에서도 온몸의 힘을 짜내 던지기 때문에 공의 위력은 다른 투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린시컴의 투구폼은 항공사에서 일하는 아버지 크리스 린시컴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프로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줄곧 야구를 한 크리스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투구 동작을 전수했다. 크리스는 아들의 학창 시절 코치들에게 ‘투구폼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진학을 시켰다고 한다. 린시컴은 “나의 폼은 아버지 투구 동작의 2.0 버전이다”고 말한 적도 있다. 작은 체구에 역동적인 투구폼은 마치 한국 야구 전설의 강속구 투수 최동원을 연상시킨다.

 린시컴은 이날 1회와 2회 한 점씩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안정을 되찾아 5회까지 추가 실점하지 않은 덕에 샌프란시스코는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예상 벗어난 난타전=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던 이날 1차전은 양 팀 합해 25안타가 쏟아진 타격전으로 끝났다. 텍사스 선발투수 클리프 리는 4와3분의2이닝 7실점(6자책)으로 무너져 포스트시즌 통산 9경기 만에 첫 패(7승)를 당했다.

 샌프란시스코는 0-2로 뒤진 3회 말 동점을 만든 데 이어 5회 후안 우리베의 3점 홈런 등으로 대거 6점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 2번타자 프레디 산체스는 4안타·3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2차전은 29일 오전 8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팀 선발투수는 우완 매트 케인(샌프란시스코)과 좌완 C J 윌슨(텍사스)이 나설 예정이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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