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만 담기 아깝다 … 저 새하얀 모래, 저 파란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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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칼레도니아는 지금 막 여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도 연중 평균 기온이 24도 안팎이어서 열대섬이지만 더위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니아울리 나무의 향이 어우러진 바람이 상큼했다.

뉴칼레도니아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남태평양에 위치한 프랑스령의 섬나라다. 자연의 비경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 높다. 더욱이 프랑스풍의 문화가 원주민인 멜라네시안의 전통문화와 잘 어울려 있어 색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남태평양 여행의 로망 뉴칼레도니아를 다녀왔다.

글·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보트를 타고 아메데 등대섬으로 들어온 관광객들이 하얀 백사장에서 물놀이 준비를 하고 있다.

# 자연을 느끼다

뉴칼레도니아 숲에만 서식하는 노뚜 비둘기. 이 새는 일년에 한 개의 알만 낳기 때문에 특별 보호를 받고 있다.

누메아는 뉴칼레도니아의 수도로 본섬 남부에 있다. 누메아의 모젤항은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요트가 가득 정박해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니스’로 불리는 까닭이다.

 누메아의 앙스바타 해변은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사람이 붐빈다. 아침엔 이곳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저녁엔 야자수 뒤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한다. 해서 누메아엔 유명한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해 있다. 수요일 밤마다 앙스바타 해변에선 축제가 열린다.

 누메아에서 동쪽으로 45㎞ 거리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블루리버파크가 있다.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공원은 아로카리아 소나무와 카오리 나무 등 나무 수백 종과 희귀 새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세계에서 400여 마리만 남아 있다고 알려진 카구새도 이 공원에 살고 있다. 카구새는 뉴칼레도니아의 국조(國鳥)다. 그 귀한 새도 여기에선 흔히 만날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친해 사람이 먹이를 주며 접근하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온다.

 공원의 다른 볼거리는 ‘물에 잠긴 숲’이다. 댐을 만들면서 생긴 호수 안에서 나무가 고사해 빚어진 풍경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주산지나 지리산 주목 군락지가 연상되는 이색 풍경이다.

# 마레섬에서 만난 원주민

뉴칼레도니아의 로와요테군도 중에서 자유인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마레섬. 누메아 마젠타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30분 날아가면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렸더니 임산부복 같은 포피네 전통의복을 입은 섬 아낙들이 친절한 미소로 관광객을 환영했다. 정겨운 미소가 낯선 방문자의 마음을 따스하게 풀어 줬다.

 마레섬의 원주민은 전통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선 좀처럼 현대문명의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일부 원주민은 카즈라는 집에서 살고 있다. 오로지 바나나 잎과 야자나무로 지은 집(사진)이다. 콘크리트 아파트 숲에선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포근함이 집에서 배어 나온다.

 마레섬은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곳이다. 따라서 조용한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마레섬을 추천한다. 특히 마레섬의 와바오해변은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인상적인 곳이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 봤지만 금세 헛수고라는 걸 깨달았다. 카메라는 실제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기록하는 속성을 갖고 있지만 마레섬의 와바오해변은 예외였다. 현대문명이 자랑하는 첨단 광학기기도 자연이 빚어낸 걸작은 결코 복사해 내지 못했다.

 와바오해변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프랑스인은 태양을 즐기고 싶어 훌훌 옷을 벗어 던지고 투명한 물에 몸을 맡겼지만 한국인은 태양을 피하고 싶어 그늘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남태평양의 태양이 주는 자유를 만끽할 만한 여유가 없나 보다.

1. 전문 가이드 프랑소 프랑(맨앞)이 한국인들과 함께 블루리버파크 숲길을 걷고 있다. 2. 블루리버파크의 고사목 전경. 3. 원주민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앙스바타 해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아메데섬으로 떠나는 소풍

누메아 모젤항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점처럼 떠 있는 섬이 있다. 아메데섬이다. 이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오로지 등대만 있어 ‘등대섬’으로 불린다.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육지와 섬을 오가는 유람선을 타야 한다. 일종의 아메데섬 투어 여객선이다. 일주일에 4번 배가 뜬다.

 아메데의 진가는 섬 중앙에 우뚝 치솟아 있는 56m 높이의 등대와 섬을 에워싸고 있는 화이트 해변의 조화에 있다. 등대는 1860년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것으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달팽이관처럼 생긴 계단 247개를 올라야 한다. 등대 꼭대기까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숨은 목까지 차오르지만 일단 올라서면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 360도로 펼쳐진 아메데섬의 풍경 앞에서 관광객은 일제히 탄성을 내지른다.

여행 정보 프랑스 에어칼린항공은 인천국제공항과 누메아 동투타국제공항에 주 2회(월·토요일) 직항을 띄운다. 비행시간은 9시간30분. 에어칼린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승객을 돌본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빠르다. 환전은 현지 공항에 있는 BCI 은행환전소에서 퍼시픽 프랑(XPF)으로 하면 된다. 100퍼시픽 프랑이 약 1300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귀국 비행기 티켓이 있으면 3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문의:뉴칼레도니아관광청(www.new-caledon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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