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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막에 고구마 심어 황사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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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중국 내륙에 인접한 네이멍구(內蒙古)는 황사의 발원지 중 한 곳이다. 온통 황토 고원이다. 중국발 짙은 황사는 우리나라에도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네이멍구가 고구마 밭으로 변하면 어떻게 될까.

① 한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사막에 시험용으로 조성한 고구마 밭. 밭 끝의 방품림 뒤쪽은 사막이다. ②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의 밭에서 캔 고구마. ③ 가뭄에 잘 견디고 꽃이 안피는 신품종 포플러(오른쪽 세 개). 왼쪽 하나는 재래종으로 잎이나 가지가 제대로 뻗지 못한다.

 한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이 네이멍구의 사막화 확산을 막고 농민 소득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꿈을 펴보려고 뭉쳤다. 두 나라가 공동 설립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가 그 산실이다. 양국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가 세운 이 센터는 올 들어 첫 사업으로 네이멍구 지역 쿠부치 사막에 시험용 고구마를 심었다. 사막화를 막을 작물로 고구마가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30여 품종을 길러 가뭄에 잘 견디는 것을 선별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곳에는 감자나 알팔파라는 사료용 풀을 재배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올 9월 말 한·중 과학자들이 고구마의 밑이 얼마나 들었나 캐 봤다. 고구마 뿌리에는 제법 굵은 알뿌리가 달려 있었다. 보급 작물로 고구마를 택한 건 가뭄에 비교적 잘 견디고, 수확량이 많으며 감자보다 고수익 작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더구나 뿌리와 잎은 가축 사료로 쓰기 때문에 버릴 게 없다. 흙을 고정하는 힘도 세다.

 그동안 이 지역은 농민들이 과도하게 가축을 방목하고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풀과 나무가 황폐화하다시피 했다. 이것이 사막화를 진전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네이멍구 지역의 토양이나 기후와 궁합이 맞는 고구마 품종을 제대로 보급하면 농민 입장에서 가축 사료를 얻고 수익성이 높아 너도나도 재배에 나설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쿠부치 사막은 황허(黃河)강에 가깝고 아직 지하에 습기가 많아 어느 정도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생명공학연구원의 곽상수 박사는 시험재배를 통해 골라낸 고구마 품종의 유전자를 조작해 가뭄에 더욱 강한 품종을 만들려고 실험하고 있다. 가뭄에 잘 견디게 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의 연구실에는 고구마연구소의 세 연구원이 파견 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고구마에 항암 효과가 뛰어난 기능성 유전자를 주입할 계획이다. 황색 고구마에 많은 베타카로틴, 붉은색 고구마에 많은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한 품종이 모두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구마만 먹으면 이들 두 영양분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다. 두 유전자는 이미 분리해 놓았다. 두 가지 영양분을 골고루 듬뿍 함유한 고구마는 보고된 것이 없다.

 고구마나 알팔파 같은 작물을 사막에서 재배하려면 방풍림이 긴요하다. 밭을 사막의 거센 바람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 역시 연구팀에 던져진 숙제였다. 최근 곽 박사팀과 국립산림과학원·경상대 공동 연구진이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가뭄에 강한 포플러를 개발한 것이다. 우선 곽 박사와 경상대 윤대진 박사팀이 공동개발한 가뭄 내성 유전자를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꽃 안 피는 포플러에 주입해 신품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곽 박사는 “중국에서는 매년 제주도 면적의 1.5배쯤 되는 땅이 사막으로 변한다. 90% 정도가 무계획적인 가축 방목과 남벌 때문에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생명공학을 동원해 농민 소득을 올려 주면서 사막화 진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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