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장기 투자자 수수료 먼저 내야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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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사례1

A씨는 수수료가 연 2.5%인 주식형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했고, B씨는 수수료가 연 1.5%인 펀드에 5000만원을 넣었다. 1년후 두 펀드는 똑같이 10%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두 사람이 실제로 손에 쥔 수익금은 27만5000원 차이가 났다. A씨는 수익금 500만원 중 137만5000원을 수수료로 내고 362만5000원을 가졌지만, B씨는 수수료 110만원을 뺀 390만원을 챙겼다.

#사례2

C씨는 갑자기 쓸 돈이 생겨 가입 두달만에 펀드를 해지했다. 1000만원을 투자했던 이 펀드는 두달간 100만원의 수익(10%)을 냈다. 그러나 정작 C씨가 돌려받은 돈은 26만원(2.6% 수익)에 불과했다. 기본 판매.운용 수수료로 4만원을 내고 정해진 기한인 석달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환매 수수료 70만원(수익금의 70%)을 추가로 내야했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과 체계를 단순화해서 계산한 사례지만 펀드 투자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은 이처럼 수수료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운용사의 운용 능력과 안정성 등을 두루 살펴야 하지만 가능하면 수수료가 싼 펀드를 고르면 그 만큼 이득이다.

7일 각 운용사에 따르면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수수료는 1%대 초반에서부터 2% 후반까지 다양했다. 신영운용의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1'은 수수료율이 1.35%에 불과하다. 또 한투운용의 'TAMS그랜드슬램주식'은 투자금의 1%를 선수수료로 떼고 나중에 환매할 때 0.24%의 수수료를 내면 된다. 반면 일부 펀드의 경우는 수수료가 2.5%를 넘어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적립식펀드의 수수료도 연 2.0~2.5%로 높은 편이다.

펀드 유형별로는 주식 투자 비중이 클 수록 수수료가 많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출시된 성장형펀드(주식 투자비중 70%초과)의 평균 수수료율이 2.04%였고, 안정형 펀드(주식 투자비중 40%이하)는 1.53%였다.

또 인덱스 펀드는 1.43%였다. 주식 투자를 위한 연구 분석과 매매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펀드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은 것이다. 또 펀드오브펀드나 해외펀드의 경우는 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은 편이다.

투자금을 되찾을 때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 수수료 외에도 선취 수수료나 환매수수료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환매수수료는 정해진 가입 기간(보통 90일)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때 내는 돈으로 일반적으로 이익금의 70%에 이른다.

선취수수료는 펀드에 처음 가입할 때 1% 가량의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운용도 하기 전에 수수료부터 떼니 의아할 수 있지만 장기 투자로 수익이 커져 투자금이 점점 불어날 경우엔 최초 투자금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선취 수수료를 내는 것이 더 낫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성룡 상품기획부장은 "펀드의 미래 수익률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수수료는 처음부터 확정돼 있는 것인 만큼 이왕이면 수수료가 낮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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