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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센스’ 새 버전 ‘넌센세이션’ 제작자 김미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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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미혜씨는 “‘넌센스’는 관객의 반응에 따른 배우의 즉흥 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김미혜(40)씨. 초짜 뮤지컬 제작자다. ‘넌센스’란 뮤지컬의 새 버전인 ‘넌센세이션’을 만든다. 김씨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그것도 ‘넌센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던 1991년,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자신을 배우로 키워주었던 작품을, 세월이 지나 직접 제작에 나선다는 스토리다. 게다가 들리는 한마디, “김미혜씨, 배우 황정민 와이프야.”

유명 배우의 아내? 귀가 솔깃했다. 막상 만나본 김씨는 입담이 좋았다. “제가 ‘넌센스’할 때 막내 수녀 역을 주로 했어요. 발랄하고, 상큼한 게 제 이미지 비슷하잖아요. 근데 지금 하는 후배들이 너무 예쁜 거에요. ‘나보다 못해야 할 텐데…’라며 괜히 샘 나는 거 있죠.”

 김씨는 본래 발레리나였다. 성균관대 무용과를 다녔다. 마치 ‘길거리 캐스팅’처럼 우연히 대학로에서 ‘넌센스’의 제작자를 만난 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2004년까지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20여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특히 ‘넌센스’ 무대엔 2000회 넘게 올랐다. “지난해 대표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자(‘넌센스’ 제작자인 대중컴퍼니 조민 대표는 대한민국 뮤지컬 제작자 1세대다. 지난해 7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어떤 의무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넌센스’ 시리즈는 19년간 한국에 6개의 버전이 소개되며 무려 8000여 회나 공연돼 왔다. 롱런의 비결을 묻자 그는 “매회 공연이 달라요. 관객의 반응으로 무대가 바뀐다는 거, 어쩐지 살아 숨쉬는 거 같지 않나요”라고 답했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의 어려움은 없을까. “40명이 넘는 식구들을 다 챙기게 되요. 엄마 같다고 할까요. 심지어 대선배인 양희경 선생님도 눈에 막 밟히는 거 있죠.”

 남편인 황정민씨와는 계원예고 동창이다. “아휴, 칙칙했어요. 쳐다도 안 봤죠.” 둘이 배우로 처음 만난 건 1999년 ‘캣츠’ 공연 때였다. “섹시한 고양이 ‘럼텀터거’를 하는데, 좀 달라 보이던데요.”

 둘 사이엔 다섯 살 아들이 있다. 김씨는 “철부지 아줌마가 꿈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걸, 믿고 지지해 줘 고맙다”란 말을 남편에게 건넸다. “후년쯤에 작지만 소박한 창작 뮤지컬을 올리고 싶어요. 그땐 정민씨도 출연하기로 했어요. 근데 개런티는 얼마를 줘야 할까요? 그게 제 주머니로 돌아오긴 할까요?”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뮤지컬 ‘넌센세이션’=11월 18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양희경·이태원·홍지민·이혜경·김현숙 출연. 4만·6만·8만원. 02-744-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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