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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화는 선진 경제의 지름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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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너지는 물질적 연료이자 생활의 원동력인 활력의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회사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나에게 힘이 되는 생활에너지’라는 주제로 시행한 UCC 공모전의 출품작들을 보면 어머니, 고향, 사랑하는 아이들, 친구, 내가 하는 작업 등이 생활 속 에너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질적 연료로서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내용도 의외로 많아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 의식이 매우 높음을 느꼈다.

 우리처럼 부존자원이 없으면서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에너지는 가볍게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물론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를 마구 줄이기 어렵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용 증가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해 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09년 신년호에서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로 표현했다. 필자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생겨난 ‘에너지 절약’ 개념은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것이라면 ‘에너지 효율화’는 에너지를 사용하되 이용의 효율화를 통해 최대한의 에너지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자는 개념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현재의 에너지 이용체계를 기반으로 했을 때 가장 빠르고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고 최종 에너지 소비자에게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2010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에너지 기술 전망’에서도 향후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기존 화석연료나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에너지 효율화를 꼽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자력 등이 그 다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TOE/천 달러)가 2008년 기준 0.314로서 일본(0.095)·영국(0.117)·독일(0.160)보다 훨씬 높다.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사용 효율이 낮다는 의미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에너지 가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이나 영국의 50% 수준인 우리의 전력 가격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늘리게 되고 특정 에너지에 대한 집중은 해외 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 소비의 다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고효율 에너지 기기·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생활과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에너지는 잘 쓰면 경제 발전과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자원전쟁과 저이산화탄소 경제질서 시대에서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것은 선진경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정책 실행과 민간의 자발적 실천이 절실한 때다.

정순원 ㈜삼천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