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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테너 두 명 … 메트로폴리탄 무대 흔드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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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84년, 2007년, 200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하 메트) 역사에서 한국 부문을 따로 쓴다면 이 3년이 중요하다. 한국 성악가들이 콧대 높은 메트에 한 명 한 명 입성한 해다. 소프라노 홍혜경(51)이 한국인 최초로 데뷔했고, 홍혜경과 테너 김우경(33)이 한 무대에 섰고, 소프라노로는 19년만에 김지현(33·미국명 캐슬린 김)씨가 주역으로 데뷔했다.

 이제 오페라 팬들은 2010년을 기억해야 할듯하다. 올해 두 명의 한국인 테너가 메트에 데뷔한다. 여기에 메트 단골인 홍혜경, 2년 차인 김지현, 세계적 베이스인 연광철(45)씨도 출연한다. 2010~11 시즌에 다섯 명의 한국 성악가가 출연하는 것. 메트의 ‘한국 특별 시즌’을 방불케 한다.

서른일곱 동갑내기 테너 이용훈(위쪽)·김재형씨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나란히 데뷔한다. 서울대 음대 재학 때부터 ‘쌍두마차’로 불렸던 실력파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 제공, 중앙포토]

◆남성 성악가 약진=메트는 흔히 ‘세계 오페라 1번지’로 불린다. 동갑내기 테너 김재형과 이용훈(37)씨가 다음 달 나란히 데뷔 무대를 꾸민다. 김씨는 11월 11일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에서 만리코 역을 맡았다. 힘있고 튼튼한 성량에 맞는 배역이다. 최근 메트는 유럽에서 검증된 성악가를 골라 데뷔시키는 추세라 더욱 의미가 크다.

 김씨는 2000년 유럽으로 떠나 크고 작은 극장에서 노래했다. 2008년 영국 오페라의 자존심인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대타 데뷔’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메트 데뷔는 2016년으로 계획돼 있었는데, 일정이 갑자기 당겨졌다. 메트는 성악가에게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표현했다. 그의 무대는 11월 15, 19일로 이어진다.

 이용훈씨 무대는 다음 달 29일 시작한다. 베르디 ‘돈 카를로’에서 돈 카를로 역으로 네 차례(12월 3, 15, 18일) 출연한다. 그에게 미국은 이미 ‘놀이터’다. LA 할리우드 볼에서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 지난 여름 ‘카르멘’의 돈 호세로 나왔다. 현재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시즌 개막작인 ‘카르멘’을 공연 중이다.

 반면 그에게도 메트는 높은 벽이었다. “많은 무대에 섰지만 메트는 동양인에게 특히 까다로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 이후 2015년까지 매년 메트 출연이 계약돼 있다. 이씨는 내년 1월 밀라노 라 스칼라에도 데뷔한다.

 이 둘은 각각 메트의 한국 테너 2, 3호가 된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이제껏 메트에 입성한 한국 성악가는 소프라노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남성 성악가들이 이제 좋은 체격과 실력으로 새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풀이했다.

 ◆오랜 연인들=홍혜경씨는 80년대 이래 메트가 신뢰하는 소프라노다. 2008년 남편의 사망 이후 무대를 떠났던 그는 올 4월 ‘라 트라비아타’로 복귀했다. 이제 다시 전성기를 꿈꾼다. 12월 4, 9일에 비제 ‘카르멘’의 미카엘라로 출연한다.김지현씨는 내년 2월 현대 오페라 ‘중국의 닉슨’에 나온다. 지난해 ‘호프만의 이야기’로 데뷔한 후 두 번째 메트 무대다. 유럽의 주요 무대에서 인정 받은 베이스 연광철씨는 2, 3월 일곱 차례 메트 무대에 선다.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라이몬도 신부로 출연한다.

 메트의 새 시즌은 지난달 27일 시작했다. 내년 5월까지 28개의 오페라 향연이 펼쳐진다. 우리로선 입성한 한국 성악군단의 활약상이 관전 포임트임에 분명하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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