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건희ㆍ조양호 현장 출동, 메르켈ㆍ브루니는 영상 반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9호 14면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ANOC 프레젠테이션.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세 번째 도전장을 낸 강원도 평창이 경쟁 도시인 독일의 뮌헨, 프랑스의 안시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격돌했다. 멕시코의 아카풀코에서 25일(한국시간)까지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에서다. 21일 아카풀코 페어몬트 프린세스 호텔. 300여 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메운 가운데 조양호 유치위원장이 공식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Sunday Sports Pub

이건희(삼성전자 회장) IOC위원, 박용성(두산그룹 회장) 대한체육회장,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참석한 이 행사는 3국 유치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본격 레이스의 시작”이라며 무게를 둔 자리다. 뮌헨 유치위원장인 피겨 스타 카타리나 비트, 안시 유치위원장인 스키 금메달리스트 에드가 그로스피롱도 긴장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안시는 비장의 무기로 퍼스트 레이디인 카를라 브루니가 등장한 영상물을 내놨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뮌헨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등장한 영상을 선보였다. 기자는 유일한 한국 언론인으로서 행사를 지켜봤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한 IOC위원은 익명을 전제로 “뮌헨이 1등, 그 다음이 평창-안시 순”이라고 귀띔했다.

프레젠테이션 후 뮌헨의 비트 위원장은 “잘 끝나 안심이지만 자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바흐 부위원장은 독일 언론과 주로 인터뷰했다. 스벤 부슈 독일 dpa 통신 기자는 “바흐 부위원장이 뮌헨이 좋은 입지를 얻었지만 유치전은 마라톤”이라 말했다고 귀띔했다. 안시의 그로스피롱 위원장은 “부족했지만 다음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평창은 22일 조찬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기자들은 “강원도는 매우 한국적이다” “뮌헨·안시가 모두 유럽 도시이므로 아시아의 평창에 승산이 있다”는 덕담을 했다. 박 회장과 조 위원장은 “평창의 슬로건을 ‘뉴 호라이즌(새 지평)’으로 정한 건 아시아에서 겨울올림픽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도 “올림픽을 유치하면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회견 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내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나온다. 그때까지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는 수차례 있다.

우리말에 ‘삼세판’, 영어에는 ‘행운의 세 번째(third time lucky)’란 말이 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평창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건희 IOC위원도 분주히 회의장을 누비며 평창 유치를 호소했다. 이 위원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겹쳐 참석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올림픽의 유치를 위해서는 평창만 뛰어서는 부족하다는 게 현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기자의 생각이다. 정부와 국내 미디어의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한 IOC 위원은 기자에게 “한국은 정부 관계자나 기자나 모두 끼리끼리 몰려다니던데 왜 그러는 거냐”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