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팀은 낙선했다. 전교생 앞에서 토론회를 벌였고 홍보 비디오를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지지자들과 함께 티셔츠를 맞춰 입고 수백 컵의 아이스크림을 직접 떠주기도 했다. 하지만 다섯 팀 중 3등에 그쳤다. 1년도 넘은 낙선 경험담을 꺼내는 이유는 애초에 왜 출마 제의를 받았는지 말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한국 학생들의 표 때문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한국 학생은 1, 2학년 1600명 중 60여 명뿐이다. 회장 후보였던 그 남학생은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말했다. “한국은 제조업도 튼튼하고 금융위기도 두 번이나 극복했기 때문에 인상이 좋아. 중국은 미국과 정치적 문제가 있고, 일본은 아시아에서 적(敵)이 너무 많잖아. 네가 한국 사람이라서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선거 후에도 이 말을 확인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학교에서 마련한 금융위기 특강. 몇몇 교수가
지난해 말 삼성의
물론 미국 주류사회가 한국에만 열광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최대 관심은 역시 수퍼 파워로 떠오르는 중국이다. 세계 경제가 아시아 위주로 재편되면서 한국 역시 주요 국가로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다. 교수들도 이제 한국을 ‘경제 강국’이라고 칭송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외국 학생들은 한국·중국 등 아시아에서 직장 경력을 쌓고 싶어 한다. 그 덕에 어깨를 쭉 펴고 다니는 것은 우리 유학생들이다. 한국인이라서 설움 받았다는 것은 옛말. 오히려 필자는 한국 사람이어서 덕 본 적이 더 많았다.
2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 7월 서울로 돌아왔다.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기분 좋은 뉴스가 이어졌다. 글로벌 환율전쟁 때문에 G20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럼에도 머나먼 타국에서 가슴 가득히 느꼈던 자긍심을 사람들 사이에서 찾기 힘들다. 치솟는 물가에다 입시전쟁, 취업난 등으로 우울한 분위기만 이어진다. 이러다 G20 참석을 위해 방한한 외국인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들을 볼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후일담 한마디. 지난 2월 열린 와튼스쿨의 학생회 선거. 한국계 대니얼 김이 당당하게 회장에 당선됐다. 1년 사이 한국의 위상은 이렇게 또 높아지고 있다.
홍주연 1999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2008년 미국유학을 떠났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