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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노벨상” … 중국도 못 막은 트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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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지난 8일 중국인 류샤오보(劉曉波·55)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중국의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비폭력 투쟁을 해왔다. 그의 수상은 더 많은 자유를 향한 중국인들의 행군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언론들은 류샤오보의 수상 소식을 쉬쉬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주요 언론사에 대한 엄격한 검열을 통해 대중들에게 노벨평화상 뉴스가 전파되는 걸 막았다. 실제로 그가 상을 받는 날 CC-TV의 오후 7시 전국 뉴스는 한마디도 그에 대한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보도통제가 있었음에도 중국의 블로거 사이에서 노벨상 뉴스는 폭발적으로 다뤄졌다. 예컨대 신화통신의 블로그 사이트에선 검열을 피해 사진과 에두르는 표현은 물론 영어 등을 이용해 관련 뉴스가 퍼졌다.

 트위터처럼 단문으로 콘텐트를 주고받는 ‘마이크로 블로그’는 중국에서도 대단히 인기다. 트위터 사이트는 지난해 차단됐다. 천안문 사태 20년을 맞았던 데다, 여름철 일어난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유혈 폭동 때문이었다. 그 뒤로 사용자가 100만 명인 중국판 트위터 ‘판퍼우(飯否·Fanfou) 닷컴’도 폐쇄됐다. 하지만 트위터는 우회 서버를 통해 여전히 중국에서 접속할 수 있다. 트위터에선 관영 매체와 다른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사회운동가들의 소식도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의 인터넷 생활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중국인들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트위터였다. 류샤오보와 관련된 글을 찾으면 1분마다 수백 개의 메시지가 뜬다.

 보다 일상적으로 트위터는 중국인들이 지역사회의 뉴스를 전하는 점점 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는 ‘소통의 변혁’이 아닌 ‘사회 변혁’이란 점에서 더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사회저항 운동과 여론파악부터 광둥성의 쓰레기소각장 반대운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란인들이 2009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트위터로 외부세계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시위 사실을 알린 뒤로,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의 디지털 사회운동이 광범위하게 논의돼 왔다. 중국의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도 이러한 ‘트위트 혁명(Twivolution)’과 유사한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중국의 트위터 정치운동은 아직은 사회운동가들이 대중을 조직화하고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보 공유를 통해 미묘한 사회발전을 촉진시킬 수는 있다.

 그 미묘함은 거시정치와 미시정치를 구별하는 데서 나온다. 거시정치가 구조적인 데 반해 미시정치는 일상적이다. 미시정치 체계의 변화가 반드시 거시 구조의 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처럼 고도로 통제되는 정치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그렇다. 하지만 소규모 사회조직이 잘 짜여 있다면 전체적인 사회의 행복 수준을 조금씩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 파워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과거엔 동기부여가 잘된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치운동에 나섰다. 대중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운동가들은 시민들이 왜 자신들의 노력에 동조하지 않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오늘날엔 운동가들이 대중 참여를 위해 문턱을 낮추면서 동기부여가 덜 된 사람들도 동참하게 됐다.

 현재 중국인들의 트위터 문화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중국 지도자들이 검열을 강화할수록, 트위터의 콘텐트들도 점점 정치적 색깔을 띤다는 것이다. 둘째로 트위터는 기존의 베테랑 시민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뿐 아니라 새로운 ‘대중 인텔리층’을 끌어모음으로써,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하나의 ‘가상 테이블’로 집결시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과 전통 매체에 대해 트위터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이 같은 집단지성 때문이다. 끝으로 트위터는 중국에서 대중 동원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민권을 위한 많은 캠페인에 트위터가 대중 조직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트위터는 중국에서 쟁론적 정치(爭論的 政治·contentious politics)를 촉진하는 주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담론과 행동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광범위한 캠페인을 창출해 내며, 운동가와 지식인·다른 사용자 사이에서 공통적인 이해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2009년 하반기 이후로 발생한 일련의 시위와 캠페인에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금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중국의 권위적 정권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