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해충에 강한 콩 개발해 식량난 덜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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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북한의 차세대 생물학자 계영순(32) 박사가 올해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의 젊은 여성과학자 부문에서 수상했다. 계 박사는 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 상은 199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프랑스의 화장품그룹 로레알과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본상인 세계 여성과학자상(대륙별로 5명)과 젊은 여성과학자 부문(15명)으로 나눠 시상한다.

계 박사는 현재 평양에 있는 과학원 산하 실험생물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농작물 분자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해충에 강한 콩을 만드는 연구 프로젝트가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과 함께 열린 수상자 연구계획 발표회에서 그는 "북한에서는 콩이 쌀보다 더 중요한 식용작물"이라며 "최근 지속적인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과학자로서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계 박사가 과학자가 된 것은 역시 과학자인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후 35년 간 섬유연구에 종사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세계적인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이에 자극받아 자신도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대학에 진학해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지금은 작물 배양 연구에 깊이 빠져 있다. 남편도 현재 같은 곳에서 일하는 과학자다.

2년 전부터 '해충에 강한 콩'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이번 달부터 6개월 간 중국 톈진 난카이대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 장소로 이 곳을 택한 데 대해 그는 "중국이 2002년 몇 가지 해충에 저항력이 있는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특히 난카이대는 분자 유전자학 분야에 권위있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계 박사는 "이번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 해충에 강한 쌀이나 토마토 등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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