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늘졌던 가치주·중소형주 펀드, 내년엔 볕 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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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에서는 가치주와 중소형주 펀드, 해외는 러시아를 제외한 브릭스(BRICs)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원자재와 공모주 펀드’.

 삼성증권은 21일 ‘내년을 대비해 미리 담아야 할 상품’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투자상품이 내년에 유망하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슬슬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도 했다. 삼성증권은 내년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괜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는 미국의 소비가 살아날 것이며, 내년에도 돈이 계속 풀려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69%였던 설비가동률이 최근 75%까지 올라왔다. 설비가 많이 돌면 고용이 늘어나고, 고용 증가는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저축률이 떨어진 것도 소비가 늘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해 5월 8.2%에서 최근 5.8%로 하락했다. 궂은 날에 대비해 저금을 하다가, 이젠 날이 갤 것으로 보고 일단 쓰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미국의 소비 증가는 신흥국의 소비 증가와 더불어 내년에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삼성증권은 내다봤다. 성장은 기업의 이익과 연결된다. 이는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환율 전쟁용 등으로 풀린 돈이 가세하면 주식에서 쏠쏠한 수익이 기대된다는 게 삼성증권의 논리다.

 국내 주식 투자 대상으로 가치주·중소형주 펀드를 꼽은 것은 ‘유동성 장세’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넘치는 돈은 상대적으로 싼 주식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올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가치주·중소형주를 추천한 것이다.

 중국·브라질·인도는 내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비단 삼성증권만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연구 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과 브라질 증시는 올해 다른 나라보다 덜 오르거나 심지어 떨어지기까지 해 가격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브릭스 4개국 중 러시아는 기업의 이익 수준에 비해 현재 주가가 비싸고, 외국인 자금의 드나듦에 따라 주가 요동이 심하다는 이유로 투자 유망국에서 제외됐다.

 또 올 들어 15일까지 주가지수가 42% 오른 인도네시아도 유망하다고 봤다. 고무·야자유 등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나는 원자재들이 초강세인 게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신흥국의 소비 증가, 약 달러 때문에 원자재도 유망 투자 대상에 명단을 올렸다.

 삼성증권 김현규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양호할 것이므로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보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더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로열티 트러스트(Royalty Trust)’란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돈을 모아 원유·가스 개발에 투자하고, 얻는 수익을 배분하는 수익증권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안전자산 중에서는 물가연동국채와 공모주펀드를 들었다. 물가연동국채는 일단 6개월마다 이자를 주고, 만기 때 그간의 물가 상승률만큼 원금을 불려서 돌려주는 상품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도 덩달아 뛴다.

 공모주 펀드 중에서는 ‘주식 혼합형’이 아니라 ‘채권 혼합형’을 고르라고 했다. 이름 그대로 일부를 공모주에, 나머지 상당 부분은 채권에 굴리는 펀드다. 김현규 연구원은 “채권혼합형 공모주 펀드는 금융위기로 주식형 펀드가 손실을 냈을 때도 연 8% 정도의 꾸준한 수익을 냈다”며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고 투자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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