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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의 색다른 세상] 늦잠 자는 아이에겐 빨간색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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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3월이다. 머지않아 불어올 따스한 봄바람을 생각하며 봄 옷을 꺼내 정리하고 아이들도 새 학년 준비에 설렐 때다. 또 새해 벽두에 비장한 마음으로 세웠던 계획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갖가지 목표를 세웠겠지만 한 집안을 꾸려가는 주부들에게는 무엇보다 남편의 음주 절제, 아이의 늦잠 버릇 고치기, 끝도 없는 집안살림 쉽게 하기 등이 공통 과제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에게 "술자리 가지 마라" "아침에 깨우면 바로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하고 빨래와 집안 정리를 '즐겁게' 하는 것도 하루이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올해도 목표달성이 쉬울 것 같지 않다면 컬러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냉장고 문 앞에 '음주 수칙'을 써붙이고 퇴근시간 무렵에는 아이를 시켜 "아빠, 술 드시지 말고 빨리 들어오세요"하고 전화도 걸어봤지만 사교성 좋은 남편이 술자리를 마다할 리 만무하다. 이럴 땐 파랑이 특효다.

파랑은 진정 효과가 높아 지나친 음주를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짙은 파랑을 남편의 옷이나 주변에 소품으로 배치해 보자. 출근 전 남편이 "오늘은 좀 마실 것 같은데…"라며 늦게 귀가할 낌새를 보인다면 감색 양복에 블루 와이셔츠를 입도록 한다. 푸른 계열의 색 배치가 주는 차분함이 "한 잔 더 할까?"라고 들뜨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가라앉혀 준다.

술을 마시는 공간의 색도 '한 잔 더' 혹은 '이제 그만'을 유발한다. 1차가 끝나고 쓰린 속을 달랠 겸 "우동이나 한 그릇 할까"하며 찾은 포장마차가 빨간색 천을 둘러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래도 한 잔 더…"란 말이 나오게 된다.

알코올로 이미 흥분돼 있는 상태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붉은 계통의 색상에 둘러싸이면 '더 먹자'는 욕구가 솟구치게 마련이다. 반대로 푸른 계통의 조명이 있는 바나 카페에서라면 적당히 마시고 자리를 파하기가 쉽다.

매일 아침 늦잠 자는 버릇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는 빨강이 약이다. 주부 P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매일 아침 '전쟁'을 하느라 애를 먹는다. 요란한 자명종도 별무신통. 그러다 보니 등교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학습 준비물이나 도시락을 두고 가는 등 정신이 없다.

이런 경우 자명종과 함께 빨간색이 눈에 확 띄도록 하자. 빨강 중에서도 선명한 시그널 레드(signal red)가 좋다. 잠에서 깬다는 것은 자율신경계의 각성이 높아지는 것을 뜻하는데, 강렬한 빨강은 각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흔들어도 이불을 놓지 않는 잠꾸러기라도 빨간 앞치마로 무장한 엄마 앞에서는 무의식중에 눈을 뜨게 된다.

하루 종일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 청소부터 세탁, 집안정리 등 후닥닥 해치워야 할 텐데 조금 움직이다 보면 몸이 늘어지고 "나중에 하지 뭐"하며 미루기 십상. 지루하거나 성가신 일을 할 때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오렌지색을 활용해 보자.

오렌지가 갖고 있는 파장은 음악으로 말하면 라틴계의 삼바에 가깝다. 사람의 신경을 즐겁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같은 일이라도 좀 더 유쾌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 욕실의 조명을 오렌지색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귀찮게만 느껴지던 화장실 청소도 조금 다른 기분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희 컬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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